오세정 서울대 총장과 이광형 KAIST 총장이 “국가와 인류의 난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협력 등에 나서겠다”며 손을 맞잡았다.
두 총장은 지난달 30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엔지니어하우스에서 서울대·KAIST·과총·서울경제가 공동 주최한 ‘대학혁명 토크콘서트’에서 “국가의 난제를 정의하고 그것을 푸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오 총장은 “저출산·고령화 대처, 포스트 코로나 대응, 기술 패권 시대의 국가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 등 대학이 앞장서야 할 분야가 많다”며 “올 초 국가미래전략원도 만들었는데 큰 그림으로 국가가 필요한 과제를 연구하고 산학연 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KAIST는 반도체 등 국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많이 나서왔다”며 “서울대 등과 기후변화·탄소중립 등 난제 해결에 힘을 모으고 산학연 협력도 본격화 하고 도전정신·모험정신을 뜻하는 기업가 정신도 더욱 함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총장은 “같은 대학 안에서도 학과 간 벽이 높은 게 현실”이라며 “솔직히 지금까지 서울대와 KAIST에서도 산학연 협력 노력이 부족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두 총장은 논문 중심 문화에 매몰된 대학 사회가 융합을 통해 교육 혁신과 핵심 인재 양성, 임팩트 있는 연구, 기술 사업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 총장은 최근 서울대 인공지능(AI)연구팀의 표절 논란과 관련해 “대학에서 정량평가 문화가 지배해 논문 수 확대나 일부 표절 문제가 나온다. 특허도 쓸데없는 것이 계속 나오는 분위기가 있다”며 “교수나 학생 선발에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공정성의 잣대만 들이대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 총장도 “기업가정신을 강조하고 1랩(연구실) 1창업을 주창하는데 교육과 연구, 기술 사업화는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며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는 “미국 대학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중국 대학은 정부의 엄청난 예산 지원을 받는다”며 “한국 대학은 어정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남기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와 KAIST가 과연 국가 난제들에 대해 협력하는 R&D 프로그램이 있느냐”며 “대학이 산학과 함께 집단지성을 발휘할 플랫폼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산학연은 서로 연구비를 따기 위한 경쟁 관계로 협력이 잘 안 된다”며 “과학기술 분야의 규제가 많아 논문과 특허 숫자 등 양적 위주의 팽창이 이어졌다”면서 “기업가정신도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정부에는 연구 현장에 간섭하지 않고 실패를 용인해야 BTS 같은 과학기술 스타를 키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