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1년 반 만에 경매 리세일로 나온 이우환의 그림 작품 ‘선으로부터’가 6억1000만원에서 9억원으로 약 147%의 가격 상승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옥션(063170)의 제167회 미술품경매에서 추정가 9억~12억원에 출품된 이우환의 91×116.5㎝ 크기 1978년작 ‘선으로부터(From Line)’가 9억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지난 2020년 12월 경매에서 6억1000만원(당시 추정가 5억~10억원)에 팔렸던 동일 작품이다. 직전 소장가는 3억1000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고, 경합이 많지 않았던 까닭에 새 주인도 비교적 유리한 가격에 작품을 차지했다.
미술시장의 대표적 ‘블루칩’으로 꼽히는 이우환의 작품이 3년째 미술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2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에 따르면 낙찰총액 1위 작가는 이우환으로 올 상반기에만 약 200억원 규모의 작품이 거래됐다. 총 경매 출품작 수는 188점이고 이 중 142점이 낙찰돼 낙찰률은 약 75%였다. 작가별 낙찰총액은 이우환에 이어 쿠사마 야요이(138억원), 박서보(85억5000만원), 김환기(49억6000만원), 아야코 록카쿠(46억40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1월 케이옥션(102370) 메이저경매에서는 이우환의 1987년작 ‘바람과 함께 S8708-39’(72.7×90.9㎝)가 4억6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 경매에서 2억4000만원에 팔린 동일작으로 1년 6개월 만에 리세일로 나와 2배 가까운 가격 상승과 함께 2억2000만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그렇다고 모든 이우환의 작품이 매번 높은 값에 팔리는 것은 아니다. 이번 6월 경매에 나온 1990년작 80×99.5㎝ 크기의 ‘바람과 함께(With Winds)’는 지난해 8월 경매에서 4억 2000만원에 낙찰된 것이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리세일로 나왔지만, 유찰됐다.
이우환의 회화는 시기·기법별로 크게 △점 △선 △바람 △조응 시리즈로 분류되는데 같은 크기로 비교하자면 통상 ‘점’, ‘선’ 연작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호당가(22.7x15.8cm크기 캔버스 가격)로 분석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우환의 ‘점’ 시리즈 호당가는 3058만원, ‘선’ 시리즈 호당가는 3958만원 수준이었다. ‘바람’은 1437만원, ‘조응’은 1233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10년 전인 2012년의 ‘점’ 시리즈 호당가는 2715만원, ‘선’은 2212만원이었다. 같은 시기 ‘바람’의 호당가는 315만원, ‘조응’은 213만원으로 10년동안 각각 5,6배 가량의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우환의 작품 중 최고가 낙찰작은 지난해 8월 31억원에 거래된 1984년작 ‘동풍’이다. 30억원 이상의 경매낙찰가 기록을 가진 국내 생존작가는 이우환이 유일하다.
한편 협회가 집계한 올 상반기 경매 낙찰총액은 1446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의 1438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낙찰률은 65.3%로 지난해 65.4%, 2020년 64.5%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총 낙찰작은 1만296점으로 지난해 1만999점보다 소폭 감소했다.
협회 측은 “올해 상반기 경매시장의 출품작과 낙찰작이 크게 줄었음에도 낙찰총액은 늘어나 작품별 평균 낙찰가격이 상승했다”면서 “미술품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