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바람에…국민연금 전문성도 흔들 [시그널]

[외인 맞장구 치는 연기금]
◆자금운용 수장 '눈치보기' 급급
정권교체 때마다 투자방향 바꿔
혼란 계속되자 운용역들은 이탈



[연합뉴스TV 제공]




1000조 원을 눈앞에 둔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최우선 가치는 전문성과 독립성이 꼽힌다. 시장 변화에도 길게 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것이 우선이고 또 다른 ‘변동성’인 정권 교체 등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연금 및 투자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여전히 지배구조가 부실해 시장은 물론 정치 바람에 크게 출렁인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해야 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전문성 역시 본사 지방 이전 등 정치적 결정에 번번이 영향을 받고 있어 툭하면 자리를 박차고 떠나는 연금 운용역들을 비판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4일 국민연금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정권 교체기마다 투자 기조 및 방향 등을 바꾸며 시장과 기업에 적지 않은 혼돈을 낳고 있다. 정권이 5년 만에 바뀐 데다 문재인 정부에서 참여연대와 양대 노총을 필두로 한 진보 진영 인사들이 두드러지게 실권을 행사하면서 연금 사회주의 논란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기금운용위에서 참여연대 추천 인사인 이찬진 전 기금운용위원과 참여연대 출신으로 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하고 공익 소송 경험이 많은 이상훈 변호사가 안건 선정과 논의 과정에서 강한 목소리를 냈다. 이 변호사는 국민연금 주주 활동을 다루는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국민연금 주주 대표소송의 적극적인 추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투자 기업 대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선의에서 출발했지만 기업 및 시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지 않은 졸속적 정책 추진으로 많은 투자자들의 반발을 샀다. 결국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도 주주 대표소송 추진이 흐지부지됐고 지금은 논의 자체가 실종된 상태다. 투자 업계는 물론 기업 역시 자본시장의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의 갈지자 행보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기금운용위 주변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시민단체 추천 몫 기금운용 위원으로 보수 성향의 바른사회시민회의 추천의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가 선임되자 또 어떤 변화가 갑자기 추진될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기금 운용의 컨트롤타워가 매번 정치 바람에 흔들리자 기금운용본부의 중추인 실장급 운용역들의 이탈은 멈추지 않고 있다. 김지연 전 인프라투자실장은 싱가포르계 자산운용사인 케펠캐피탈로 이직했고 김현수 전 부동산투자실장은 알리안츠 리얼에스테이트에 둥지를 틀었다. 뉴욕사무소에 근무하던 데이비드 박 책임운용역은 미국계 운용사인 스톡브릿지로 자리를 옮겼다.


한편 공석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인 이 부회장은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을 지내는 등 거시경제에 정통한 편이지만 일각에서는 국민 노후를 책임질 국민연금의 수장으로 적격인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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