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손흥민이 아닌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손흥민(30)의 동료들이 한국에 온다. 토트넘 선수단은 10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프리시즌 투어 일정에 나선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팀 K리그’와 1차전을 치른 뒤 15일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스페인 프로축구 세비야FC와 2차전을 갖는다. 그 사이 유소년 클리닉과 오픈 트레이닝 등 한국 팬들을 위한 행사도 진행된다.
4일 스포츠 용품 브랜드 아디다스가 마련한 ‘손 커밍 데이(SON Coming Day)’에 참석한 손흥민은 “(동료들의 한국 방문이) 정말 설렌다”고 말하면서도 “친구들이 제가 한국에서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손흥민도 한국 팬들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뛰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국 팬분들이 토트넘을 정말 많이 응원해주신다”며 “정말 잘하고 싶고 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도 ‘인싸(인사이더)’로 통한다. 특유의 친화력과 겸손함으로 동료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것도 동료들과의 특별한 관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지난 시즌 EPL 최종 38라운드 노리치 시티와의 원정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득점왕 경쟁에서 앞서가던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를 따라잡아 ‘골든 부트’를 수상했다.
손흥민은 “사실 전반에 2 대 0으로 리드할 때 정신적으로 흔들렸다. 기회는 안 오고 혼자 조급했다”며 “그런데 교체로 들어오는 선수들마다 ‘득점왕으로 만들어줄게’라고 한마디씩 해줬다”고 돌아봤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도 하프타임에 “'소니'가 득점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단다. 수비수 에릭 다이어부터 공격수 데얀 쿨루세브스키까지 발 벗고 나서 손흥민의 득점왕 도전을 도왔다. 손흥민은 “다이어는 한 달 전부터 제가 골을 넣을 때마다 멀리서 뛰어와 ‘골든 부트는 네 것이야’라고 했다”며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행복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짝이자 EPL 최다골 합작 기록(41골)을 쓰고 있는 해리 케인에 대해서는 “(팬들이 선물로 혼쭐을 내주려 한다면) 케인의 호텔방을 가득 채워줘야 한다”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기존에 함께했던 선수들 외에도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한국행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 대표팀 소속으로 한국 땅을 밟은 히샤를리송을 비롯해 이반 페리시치, 프레이저 포스터, 이브 비수마가 그들이다. 아직 명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프리시즌 투어를 주최하는 쿠팡플레이에 따르면 토트넘은 최정예 멤버로 한국을 찾을 계획이다.
손흥민과 친구들의 한국행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토트넘과 팀 K리그의 1차전은 예매 오픈 25분, 세비야와의 2차전은 예매 오픈 20분 만에 전 석이 매진됐다. 손흥민도 한국 팬들 앞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휴식기임에도 개인 훈련을 빼놓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한강 변 자전거 도로를 따라 조깅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흥민은 재차 화제가 된 ‘월드 클래스’ 논란에 대해 “아버지의 말처럼 저는 아직 월드 클래스가 아니다. 진짜 월드 클래스라면 논쟁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아직 이런 논쟁이 있다는 것은 더 올라갈 곳이 남아 있다는 뜻”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