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게"…돌아온 대형마트 할인 전쟁

인플레 장기화에 일부 제품가 인하
이마트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 확대
롯데마트는 '물가 안정 TF' 가동
수입국 다변화·알뜰형 개발 등 추진

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이마트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행사는 고객들이 많이 구매하는 40대 필수상품들의 가격을 내리고 상시 최저가로 판매한다./이호재기자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원자재 급등으로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대형마트들이 ‘상시 최저가 제도’, ‘물가 안정 태스크 포스 가동’ 등을 앞세워 가계 부담 완화에 돌입했다. 오랜 시간 대량 구매와 산지 다변화를 통해 쌓아 온 매입 경쟁력 및 협상력을 바탕으로 구매 빈도가 높은 제품의 가격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소비자의 구매 우선순위도 ‘빠른 배송’, ‘접근성’ 같은 편리함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팬데믹 기간 중 이커머스·편의점 업계에 밀렸던 대형마트의 존재감이 고물가 시기에 다시 부각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139480)는 고객이 많이 구매하는 주요 상품의 가격을 인하해 상시 최저가로 제공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이날부터 시작한다. 특히 연말까지 최저가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이후에도 고물가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추가 연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고객이 평소 많이 먹고 사용하는 ‘40대 필수상품’을 선정하고, 상품군별 대표상품을 업계 최저가로 공급하기로 했다. 해당 상품은 우유, 김치 등 가공식품 17종, 계란, 양파 등 신선식품 7종, 화장지, 비누 등 생필품 16종이다. 이마트는 매일 온·오프라인 경쟁사의 제품 가격을 모니터링해 상황에 따른 가격 조정으로 최저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마트의 계산 결과 40대 품목에 속한 전체 상품들은 종전보다 평균 13.0%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500개 상품을 추가로 선정해 일주일 단위로 최저가를 관리하고, 시즌별로 판매가 많은 대표상품에 대한 가격 인하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14일부터는 2주 간격으로 구매 수요가 큰 상품 중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10대 상품을 선정해 가격 조정에 나선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고물가로 근심이 커진 고객들의 부담을 덜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지속적인 최저가 관리를 통해 고객들에게 ‘이마트에 가면 김치, 계란 등 꼭 필요한 상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3월부터 강성현 대표 직속으로 ‘물가 안정 TF’를 가동, 가격관리팀(프라이싱팀)을 운영하고 있다. 프라이싱팀은 합리적인 소비자 가격과 각 상품 특성에 따른 가격 분석을 통해 실질적으로 고객이 가격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이다. 롯데마트는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 생필품 500여 품목을 관리하는데, 매주 목요일 또는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하거나 대안을 찾고 있다. 환경 변화에 따른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상품을 사전에 파악해 산지 및 수입국 다변화, 스펙 변경 등 대안을 준비하는 것도 TF의 핵심 미션 중 하나다. 이 같은 사전 파악을 통해 올 초부터 ‘5월 즈음 국내 삼겹살 가격이 100g당 4000원을 넘을 것’이라고 판단, 연초 캐나다 업체와의 릴레이 협의 끝에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물량을 늘려 상품을 선점할 수 있었다. 롯데마트는 이 외에도 대형마트 납품 기준보다 크기가 작은 블루베리를 상품화해 일반 상품 대비 4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는 한편, 조금 흠이 있는 과일·채소 20여 종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 달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무포장·낱개 판매중인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마트들은 단순가공식품류와 캐나다산 돼지고기에 적용된 정부의 한시적 세금 면제에 추가 할인을 적용해 상품 판매가 인하에도 적극 나섰다. 이마트는 세금 면제에 따른 상품의 가격 인하에 더해 최대 50%의 할인을 적용했고, 홈플러스도 대상 상품 323개 품목을 면제 세액 이상으로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의 이 같은 행보는 ‘유통 시장에서의 자존심 회복’과도 맞물려 있다. 빠른 배송을 전면에 내세운 이커머스의 발달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특화 상품’과 ‘접근성’을 바탕으로 한 편의점이 세를 불리며 대형 마트의 입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초 발표한 ‘2021년 주요 유통업계 매출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이 전체 유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15.7%)이 GS25와 CU,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15.9%)에 처음으로 역전당했다. 그러나 고물가로 소비 경향이 ‘조금 비싸도 편하게’에서 ‘저렴하게’로 이동하면서 ‘대량 매입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부각해 시장 내 역할과 존재감을 다시 다지려는 대형마트의 물가 안정 행보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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