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276까지 추락하면서 연저점을 다시 쓴 가운데 국내 증시의 지수 산정 방식 문제로 인해 글로벌 증시보다 낙폭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업공개(IPO) 직후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이 지수에 반영되지 않지만 이후 ‘상장 거품’이 빠질 때는 지수가 함께 내려앉는 왜곡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4일 최성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잘못된 지수 산정 방식 △‘따상’ 열풍으로 생긴 IPO 고평가 추세 △기술특례 상장 남발이 불러온 적자 기업 양산 등이 한국 시장의 낙폭을 타 글로벌 증시보다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기업들의 신규 상장 시 해당 기업의 시총이 지수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지수 왜곡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코스피·코스닥은 시총을 기준으로 지수를 산정하는데 신규 상장 직후 기업의 시총만 편입되고 지수에는 변동이 없는 잘못된 지수 산정 방식이라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나스닥도 시가총액 방식으로 지수를 산정하는데 나스닥은 (해당 기업의) 시총이 종가로 지수에 반영된다”며 “코스피 전체 시총이 2000조 원일 때 1% 상승을 위해서는 20조 원이 커지면 되지만 대형 IPO로 시가총액이 2100조 원이 되면 21조 원이 필요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따상’ 열풍으로 고평가 IPO가 줄을 이으면서 지수 하방 압력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상장 이후 지수에 편입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면서 상장 초기에 주가가 올라갈 때는 지수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지만 추후 고평가된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지수 전체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비판이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상장 첫날 종가는 50만 5000원이었는데 상장 직후 지수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후 30만 원대까지 주가가 추락할 때는 지수 하락을 앞장서 이끌었다는 것이 최 연구원의 주장이다. 그는 “잘못된 지수 산정 방식을 이용해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 및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IB 기관들만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라며 “‘따상’이라는 제도를 활용해 개인들에게 물량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IPO 직후 높은 주가 변동성이 주가에 편입되면서 오히려 지수가 더욱 왜곡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PO 후에 지수에 편입됐을 때 주가가 오른 것도 분명히 있어 일반화하면 오류가 심할 것”이라며 “당일부터 종가 기준 기업 시총을 지수에 넣어버리면 ‘따상’이 나오는 등 주가 변동성이 커질 경우 지수에 왜곡이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당일 변동성은 심해서 그걸 피하자는 것이 현 제도의 취지인데 IPO 참가한 사람들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수 전체의 이득으로 왜곡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