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객도… 女 지휘자에 감동 받아”

美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100년 역사 첫 여성 음악감독 김은선
다음달 21·22일 서울시향 정기공연에서 한국 관객 만나



“여성이라는 점이 음악을 할 때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의식했던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바깥에서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슈가 될 수 있다는 걸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알게 됐어요. 미국에 오니 특히 젊은 층 관객들로부터 그런 피드백을 많이 받아요. 연주가 끝나고 공연장을 나왔을 때, 여성 관객들이 ‘당신이 무대에 서 있는 자체가 영감을 준다’고 이야기하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음악감독(상임지휘자)으로 활동 중인 김은선은 지난 2020년 선임이 발표됐을 때 100년 역사상 첫 여성 음악감독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뉴욕타임스(NYT)가 당시 ‘김은선이 역사를 썼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을 정도다. 여기에 동양인이라는 요소까지 겹쳐서 더 큰 화제를 모았지만, 그는 최근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다만 “제가 영감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감사하다. 뭔가 사회적 변화를 주고 있다면 긍정적”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신시내티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공연에서 은퇴를 앞둔 여성 비올라 단원이 “여자화장실에서 지휘자를 만날 줄 몰랐다”며 감격했던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는 작년 8월 음악감독에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쉰 적이 없다”고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의 연주는 물론 뉴욕, 필라델피아, 비엔나 등을 오가며 객원지휘자로 활동했고,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과 함께 한 ‘라보엠’은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NYT는 그를 ‘2021 깜짝 스타’ 클래식 부문에 올리기도 했다. 김은선은 ‘라보엠’에 대해 “처음 지휘를 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라며 “재미있게 작업했다. 이탈리아 스칼라 오페라 극장에서도 ‘라보엠’을 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은선은 21·22일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으로 10여년만에 국내 관객과 만나며,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와 한국 작곡가 김택수의 ‘스핀-플립’ 등을 지휘할 예정이다. 김은선은 “드보르자크는 체코어까지 공부하면서 열심히 연구한 작곡가”라며 “언젠가 한국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모두들 잘 아는 곡이라서 효율적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의 지휘 일정은 이미 2027년까지 잡혀 있는데, 한국에서 그가 지휘하는 오페라를 볼 날은 언제일까. 김은선은 “한국 관련 일정이 차후 정해진 건 없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한다”며 “오페라단 사람들도 제가 음악감독이 되고는 내심 한국에 가보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편 그는 최근 들어 자신이 공부했던 독일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지휘를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을 많이 접한다고 전했다. 교수들로부터 “한국 학생들에게 독일어 공부법 등을 알려달라”와 “화상으로 만나달라”는 부탁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최근 한국 음악가들의 잇따른 입상 소식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음악 콩쿠르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가 지휘자 커리어를 본격 시작한 계기도 스페인에서 열린 헤수스 로페스 코보스 오페라 지휘 콩쿠르의 우승이었다. 김은선은 “콩쿠르가 음악가의 우열을 나눌 객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면서도 “기회를 주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 기회를 어떻게 타고 더 나아갈지는 음악가 본인에게 달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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