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소방수’로 긴급 투입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5일 소임을 다하고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금융위원장으로 지난해 8월 31일 취임한 지 308일 만이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1997년 외환위기 등 많은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지난 2년여 동안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며 그 과정에서 늘어난 유동성과 과도한 부채 문제와 씨름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지난해 8월 초 가계부채는 1800조 원을 넘어 폭증하고 부동산가격 상승세도 꺾일 줄 모르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부채 관리가 국민으로부터 칭찬받기 어려운 인기 없는 정책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생각했다”며 “금융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위험 관리를 금융정책의 최우선순위로 놓고 매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가로 버블이 쌓이는 것을 막고 거품 붕괴의 부작용을 줄이는데 금융위원회가 일정 부분 선제적으로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고 위원장은 “부채 관리 이외에도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이 시장혼란 없이 마무리돼 가상자산 제도화가 무난하게 첫발을 내딛었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 문제도 금융권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대응했다”고 돌이켰다.
고 위원장은 이임식 직후 직원들의 박수갈채 속에서 정부서울청사를 떠났다. 고 위원장의 퇴임으로 금융위는 당분간 김소영 부위원장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을 금융위원장으로 지명했지만 국회의 원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회에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했다. 송부 기한인 오는 8일까지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매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한 만큼 김 후보자를 직권 임명하리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