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당 대표를 뽑는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또다시 갈등의 수렁에 빠지고 있다. 전당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전대 룰’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몇 시간 만에 뒤집으면서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전준위와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며 사퇴를 선언했고 ‘친명계’ 의원들은 비대위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결국 이번 갈등의 중심에도 이재명 의원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전준위는 전날 중앙위원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던 예비 경선 방식을 ‘중앙위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변경하는 전대 룰 수정안을 발표했지만 비대위에서 원위치로 돌렸다. 비대위는 여기에 ‘1인 2표’인 최고위원 투표도 한 표는 자유롭게 투표하면서도 남은 한 표는 투표자가 속한 권역 출신 후보자에게 행사하도록 했다.
①중앙위원 100%, 왜 중요 지점=비대위가 예비 경선에 민심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사실상 이 의원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예비 경선에 민심 반영 비율이 높아질수록 지명도가 높은 이 의원이 1위로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앙위원들로만 투표가 진행되면 이 의원의 컷 오프 통과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명계인 김남국 의원은 5일 라디오(YTN)에서 “이런 전대 룰이라고 한다면 이 의원도 얼마든지 컷 오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호 의원 등 친명계 의원 39명은 비대위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전 당원 투표를 요구했다.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중앙위원 구성원 중에는 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 의장단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직격탄은 맞은 이들이다. 지선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의원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선에서 중앙위원 상당수가 낙선하면서 600명 초반이던 중앙위원 수도 400명 후반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위원 사이의 의견 교류가 더욱 용이해진 상황이다.
②권역별 최고위로 처럼회 차단=‘최고위원 권역별 득표제’ 도입을 두고도 시끄럽다. 과거 전대에서도 최고위원 선거는 지명도가 승패를 갈랐다. 자연스럽게 수도권 의원들이 대거 진입했다. 이에 비대위는 지역 균형 지도부 구성을 위해 권역별 득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비대위의 결정에 불똥이 튄 곳은 최고위원 진입을 노리던 수도권·비례대표 의원들이다. 특히 양이원영(비례), 이수진(서울 동작을), 장경태(서울 동대문을) 의원 등 ‘처럼회’ 소속 최고위원 도전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처럼회는 당내 최대의 이 의원 지지 세력이다.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 하더라도 지도부에 이 의원을 받쳐줄 세력이 부족해지는 셈이다.
③‘개딸’ 투표권도 사라져=전준위 결정안 중에도 이 의원에게 불리한 부분은 존재한다. 권리당원의 권리 행사 시행 기준을 기존의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경우로 유지한 것이다.
친명계에서는 권리당원의 권리 행사 기준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여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른바 ‘개딸’로 지칭되는 이 의원의 적극 지지층들이 3월 대선 이후 대거 입당했기 때문이다. 현재 규칙대로라면 이들 상당수가 권리 행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런데 전준위에서 기존 룰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이 의원은 지지층을 최대한으로 결집시킬 기회를 잃게 됐다.
친명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유불리가 아닌 제도의 합리성을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예비 경선 방식을 ‘중앙위원 100%’로 유지한 것도 후보 난립과 특정 팬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