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데뷔작 '헌트' 내놓는 이정재 "새로운 첩보물 만들고픈 욕심 컸다"

이정재·정우성, '태양은 없다' 이후 첫 조우… "노력한 만큼 나온 것 같다"
1980년대 안기부 배경 첩보액션물… 인물 긴장감·감정 담긴 액션에 초점

영화 ‘헌트’에 출연한 배우 정우성(왼쪽부터), 허성태, 전혜진, 이정재가 5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헌트'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릴 때부터 첩보, 액션, 스릴러물을 많이 봤는데, ‘헌트’만의 새로운 첩보물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액션 장면은 그 자체보다 직전까지 감정을 얼마만큼 밀어붙여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만들지가 중요했고, 콘티 작업할 때는 무술팀, 특수효과팀, 소품팀, CG팀 등 다 모셨어요. 팀별로 다 모아서 액션 콘티를 짠 적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배우 이정재는 자신의 연출 데뷔작인 영화 ‘헌트’의 다음 달 10일 개봉을 앞두고 다른 액션 영화와의 차별화된 부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5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헌트’의 제작보고회에서 “영화 일을 하면서 액션이 많이 나오는 작품을 해 본 경험이나 좋은 액션이 나오는 영화의 기억을 반영하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헌트’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조직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안기부 요원들의 혈투를 그린 첩보·액션물이다. 이정재는 작전 실패 후 스파이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는 주인공인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 역할을 연기한 건 물론 연출과 각본도 맡았다. 배우 생활 30년을 바라보는 이정재지만,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동료 배우에게 건네며 ‘같이 하실래요’ 말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많이 주저했다. 그런데 좀 더 용기를 내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바뀌면서 작품에 더 몰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감독 겸 배우 이정재가 5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를 만들며 중시한 부분은 액션에도 인물 간의 긴장감이나 갈등을 담아내려고 한 점이었다. 이정재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편집을 거쳐가며 좀 더 박진감 있고 스피디하게 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미장센을 꾸밀 때는 스크린 구석의 디테일까지 효과를 줬고, 국가예산을 많이 쓰는 안기부 같은 곳이 낡은 것을 쓸 리가 없다는 생각에 소품은 최대한 상태가 좋은 것들로 사용했다. 스토리에서는 조직 내 스파이를 서로 의심하며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구조를 생각했다.


이 작품은 절친한 사이인 이정재와 정우성이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만에 같이 출연하기에 더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우성은 박평호와 서로를 간첩으로 의심하며 갈등을 형성하는 안기부 국내팀 차장 김정도 역할을 맡았다. 날 선 듯한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이정재와의 대화를 줄이려 노력했다는 정우성은 “배우들이 편한 감정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하모니를 조율하는 일조차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우성이 출연 제안을 네 번이나 고사했다는 사실도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우성은 “그동안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두려움과 조심스러움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물을 두고는 “부끄럽지 않게 노력한 만큼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투톱 구조의 시나리오가 그리 많지 않아서, 적합한 프로젝트를 찾다가 시간이 걸렸다”고 돌아봤다.



배우 정우성이 5일 오전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에서 열린 영화 '헌트'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헌트’에는 또 전혜진이 안기부 해외팀 에이스 방주경을 연기하며, 허성태가 안기부 국내팀 요원 장철성 역을 맡아 각각 이정재·정우성과 한 팀을 이뤘다. 전혜진은 “두 분(이정재·정우성)을 한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간절했던 것 같다”며 “이정재 선배님이 제게 시나리오를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허성태도 "두 분 사이에서 제가 연기할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촬영 현장도, 지금도 꿈만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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