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시장이 얼어 붙으며 ‘청약 불패’ 시장으로 여겨져왔던 서울에서도 분양가를 낮춰 분양하는 단지가 나왔다. 미계약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9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실시하는 단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 고점 인식과 금리 인상 등으로 청약 시장이 전국적으로 냉각되며 서울에서도 입지가 다소 떨어지거나 분양가가 높은 단지를 위주로 미계약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6일 분양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근 ‘할인 분양'에 나섰다. 이 단지의 최초 분양가는 전용 59㎡B 주택형 기준 8억 20만~9억 2490만 원이었지만 시행사 측은 최근 분양가를 6억 9000만~7억 4000만 원 수준까지 낮췄다. 최초 공급가가 10억 630만~11억 4780만 원에 달했던 78㎡은 현재 8억 7000만~9억 2000만 원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분양 중이다. 두 주택형 모두 1억 원 가량 분양가가 낮아졌다. 시행사 관계자는 “할인 분양 후 59㎡B는 남아 있던 물량 10여 개 중 대부분이 팔려 2개 정도가 남았고, 78㎡는 40개 중 절반 정도가 나가 약 20개의 물량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단지는 수도권 전철 4호선 수유역에서 도보로 10여 분 거리에 있지만 주로 18~26㎡ 등 소형 평형 위주로 구성돼 있고 단지 규모가 크지 않아 분양 초기부터 흥행에 차질을 빚었다. 올해 3월 실시한 본청약에서는 19㎡ 주택형 당첨가점이 12점을 기록하면서 2019년 3월 분양한 강서구 화곡동 ‘화곡 한울 에이치밸리움 A동’(10점) 이후 3년 만에 서울에서 가장 낮은 가점을 기록한 단지가 되기도 했다. 이후 4월부터 일부 주택형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무순위 청약을, 59㎡B·78㎡ 등 다른 주택형은 자체 분양 채널로 선착순 분양을 받고 있지만 아직 일부 물량이 소진되지 않았다.
서울에서는 일부 ‘나홀로 아파트’ 및 일부 분양가가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무순위 청약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은 지난해 9월부터 아홉 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아파트’도 마찬가지로 무순위 청약을 아홉 번 받았다. 올해 6월에는 대형 건설사인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강북구 미아동 ‘한화 포레나 미아’가 두 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접수하기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당첨 가점이 낮거나 미계약되는 단지는 서울이기는 하지만 입지와 브랜드 등의 제반 여건에 비해 분양가가 다소 높다는 평가가 나오던 단지”라며 “열기가 고조됐던 청약 시장이 올해 들어서는 서울에서도 다소 차분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