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국정과제로 추진된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을 두고 총체적 부실 논란이 일고 있는데 가운데 사업이 단기간에 추진된 과정에서 부산시의 조직적인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업의 선정 과정과 사업 절차를 감독한 부산시는 관련 의혹에 대해 뾰족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7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형 일자리 사업의 핵심 기업인 코렌스EM이 추진했던 글로벌 자동차기업에 대한 부품 계약이 전량 무산됐다. 앞서 코렌스EM은 지난해 2월 정부 공모에 선정됐을 당시 독일 BMW 400만대, 미국 A사 35만대, 중국 B사 86만대 등 전기차 동력부품 521만대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코렌스EM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해당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지역을 조정해 공급이 무산됐고 현재 다른 기업과 추가 공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력 납품처인 BMW 공급 물량 400만대를 놓고 당시 차량 화재 논란을 빚었던 BMW와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2019년 6월 당시 BMW는 잇따른 디젤 차량 화재로 인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국토교통부는 BMW 차량 화재가 핵심 부품인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의 설계 결함을 확인하고 과징금 112억 원을 부과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시점이었다. BMW에 EGR 부품을 위탁생산해 공급하던 업체였던 코렌스가 자회사 코렌스EM을 설립하고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에 지원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코렌스는 당시 BMW에 전기차 동력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중국 투자를 준비 중이었지만 오 전 시장의 설득으로 중국이 아닌 부산에 공장을 건립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당시 부산 상공계는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하고 인건비도 저렴한 중국 대신 코렌스가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산에 갑자기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민·관협력형 지역일자리모델 개발을 위탁받은 기관이 작성한 초기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 계획안에는 르노코리아자동차와 화승인더스트리가 적합한 기업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 2월에는 코렌스가 부산 최대 자동차부품기업인 SNT모티브의 인력과 기술을 조직적으로 탈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이 압수수색 등 적극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부산시와 코렌스의 소극적인 대응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코렌스EM은 사업 선정 당시 공급 물량을 대외적으로 공개했지만 최근에는 추가 계약 물량을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로 전환했다. 부산시도 부산형 일자리 사업 추진 사항과 상생협약 이행 현황, 고용·투자 계획 이행 현황 등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부산형 일자리 사업에는 관련 기관의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 등을 제외하고도 이미 지난해에만 지방투자촉진보조금 185억 원, 투자진흥기금 11억 원, 지방세 33억 원 감면 등 국·시비 229억 원이 투입됐다. 글로벌 완성차업체에 수백만대 분량의 전기차 핵심 부품을 납품하겠다던 부산형 상생 일자리 사업이 총체적 부실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부산 지역 상공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의 주력 기업인 코렌스EM의 공급 계약이 줄줄이 무산되고 있는데 부산시가 사업을 강행하는 것은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관련 내용을 명확히 공개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시민들의 의혹을 일거에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