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부동의 1위인 넷플릭스 외에 토종 OTT 1위 자리는 지금까지 웨이브가 지켜왔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 연합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한몫했다. 하지만 2위 티빙이 KT·글로벌 OTT와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공격적 확장에 나섰다. 결국 1년 새 이용자 격차는 급격히 좁혀지면서 토종 OTT 선두가 뒤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지난해 6월 315만 명에서 지난달 401만 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웨이브 앱의 MAU는 463만 명에서 423만 명으로 감소했다. 티빙과 웨이브 간 격차가 1년 사이에 148만 명에서 22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티빙은 전월 대비 MAU가 각각 0.71%, 0.1% 하락한 넷플릭스, 웨이브와 달리 5.2%나 상승했다. 지난달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 브랜드관 론칭이 MAU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파라마운트+는 영화 ‘탑건’ ‘미션 임파서블’ ‘스타트렉’ 등을 만들어온 할리우드 스튜디오 파라마운트가 모태다. 올해 1분기에만 전세계 구독자가 680만 가구나 순증하며 4000만 돌파를 눈앞에 뒀다. 티빙의 ‘유미의 세포들 시즌2’도 지난달 10일 공개 후 4주 연속 유료가입 기여자 수 1위를 기록해 티빙의 오리지널 콘텐츠 시즌제 전략도 유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KT와 '티빙·지니 초이스'를 선보인 티빙은 LG유플러스와의 제휴도 예고한 상황이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은 지난 2월 티빙에 2500억원 규모의 외부 투자를 유치해 앞으로도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쿠팡플레이의 약진도 눈에 띈다. 지난해 6월 152만 명의 MAU를 기록했던 쿠팡플레이는 지난달 373만 명으로 1년간 2.4배 증가했다. 쿠팡플레이와 티빙의 공통점은 스포츠 중계 강화다. 티빙은 UFC·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등을 선보였다. 쿠팡플레이는 이번 달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내한 경기를 단독 생중계하고 지난달 멤버쉽 회원에게만 티켓을 판매했다. 반면 웨이브는 국내 프로야구 경기를 중계하고 있으나 이외 스포츠 중계는 무관심한 편이다. 웨이브 관계자는 “스포츠 판권이 비싼 데 비해 그만큼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효율은 낮다”면서도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생중계를 비롯해 저희의 이용 메인 타깃인 3040 여성에 맞춘 전략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1288만 명의 역대 최고치 MAU를 찍은 뒤 감소세다. 지난달 MAU는 1117만 명을 기록했다. 수백억 원을 투자해 기대를 모았던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부실한 작품성으로 혹평 받고 있다.
‘변덕스러운’ OTT 구독자 눈에 들기 위해 토종 OTT들은 더 치열하게 싸울 전망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 1월 15~59세 디지털 콘텐츠 이용자 30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2.69개의 OTT를 구독한다. 월평균 1만 3212원을 지불하면서 42.5%가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OTT 소비자들은 구독하고 해지하는 데 망설임이 없다"며 "치킨 게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공격적 제휴·투자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