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먹구름 짙은데 '식물총리' 고집…사임 미루는 존슨, 英 위기 키우나

5월 물가 상승률 G7 중 최고
GDP 성장률 둔화 속도 빨라
OECD "내년 성장 0%에 수렴"
무역적자 급증·국가부채도 심각
10월초까지 국정 마비 불가피
리더십 공백, 경제난 심화 우려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보수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면서도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주장하면서 올가을까지 수개월간 영국이 국정 마비에 따른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이 사상 최고로 치솟는 등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에서 이렇다 할 정책도 펴지 못하는 ‘식물 총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경우 영국의 경제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날 영국 FTSE1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14% 상승 마감했다. 이번 주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던 달러·파운드 환율도 1.20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존슨 총리의 사임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일시적으로 반영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브로커TXB의 수석시장애널리스트인 왈리드 쿠드마니는 "영국 경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나쁜 데다 경기 침체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파운드화는 여전히 약세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영국의 상황은 특히 좋지 않다. 5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1% 상승해 같은 기간 8.6%를 기록한 미국은 물론 일본(2.5%), 독일(7.9%), 프랑스(5.2%), 캐나다(7.73%), 이탈리아(7.3%) 등 주요 7개국(G7) 가운데 가장 높았다. CNN은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영국의 CPI가 올해 말 11%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고공 행진하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올 1분기 영국의 가처분소득은 0.22% 줄어들며 4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가처분소득이 4분기 연속 축소된 것은 1955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후 처음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영국의 경제 성장 속도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월 대비 0.1% 하락한 데 이어 4월에도 0.3%나 떨어졌다. 5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5%나 감소한 것도 영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영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현저히 악화하고 있다"며 실물경제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국 경제가 침체를 향해 가고 있다며 내년 GDP 성장률이 0%에 수렴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존슨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부양책 외에도 가구당 400파운드의 에너지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 등을 폈는데 그 결과 영국의 국가부채는 지난해 기준 GDP의 90%에 육박했다. 재정감시 기관인 예산책임국(OBR)은 장기적으로 부채가 GDP의 250%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의 여파로 올 1분기 무역수지 적자가 8.3%까지 치솟고 심각한 노동력 부족, 기업 비용 증가, 파운드화 가치 급락에 따른 수입 원가 상승에 시달리는 것도 영국 경제의 취약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런 위기의 순간에 리더십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존슨 총리는 올가을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면서 중요한 재정 결정을 차기 총리에게 일임하고 그 사이에 새로운 정책은 시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은 올여름 공공 부문의 파업에 직면한 데다 인플레이션발 생활비 위기로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보수당은 존슨 총리가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에 머무를 경우 정부 기능이 몇 달 동안 마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보수당은 이달 21일 시작되는 휴회 전에 경선을 치러 당 대표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 뒤 10월 초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를 선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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