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공모주 시장 분위기도 축 처져 있습니다. 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총 30개 기업(스팩·리츠 제외) 중 지난 4일 기준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이 15곳으로 절반에 달합니다. 현대엔지니어링·SK쉴더스·원스토어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대어들은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하반기 들어 또 다른 대어들이 상장에 나서면서 침체된 기업공개(IPO)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됩니다. 주인공은 쏘카·현대오일뱅크·케이뱅크입니다. 오늘 코주부 레터에서는 하반기 상장 예정인 이들 기업의 특징과 투자 유의점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하반기 대어급 IPO의 첫 포문은 쏘카가 엽니다. 쏘카의 공모가 결정 및 흥행 여부는 올 하반기 IPO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할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쏘카는 국내 카셰어링 시장 1위 기업으로 시장 점유율이 70%를 넘습니다. 8월 8~9일 이틀간 공모 청약을 거쳐 8월 18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쏘카의 총 공모주식 수는 455만주로 100% 신주 발행입니다. 최근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을 일반인에게 파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잇달아 상장에 실패했던 점을 고려하면 신주 비중 100%는 긍정적입니다. 상장 직후 유통물량은 전체 주식의 16% 정도로 수급도 괜찮아 보입니다.
다만 공모가 고평가 논란은 신경써야 할 부분입니다. 쏘카의 공모가 희망 범위는 3만4000~4만5000원으로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입니다. 회사 측은 할인율(34~50%)을 대폭 적용해 희망 공모가격을 낮췄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쏘카가 기업가치 책정을 위한 비교 대상 기업에 스마트카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 오비고, 미국 자율주행 개발사 오로라 등 사업 유사성이 낮은 기업들을 포함해 몸값을 높였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단 8월 1~2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이 어느 정도 흥행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삼수’ 끝에 코스피 상장을 앞둔 현대오일뱅크는 올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힙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2년과 2018년 IPO에 나섰다가 증시 부진과 업황 악화 등의 이유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는데요. 지난달 말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고 오는 9~10월 중 코스피에 신규 상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기업 가치를 최대 10조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해 정유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점은 흥행에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됩니다. 당초 공모 주식의 최대 40%를 구주매출로 채울 계획이었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해 구주매출 없이 100% 신주만 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도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며 본격 상장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11월쯤 코스피에 상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케이뱅크도 쏘카처럼 구주매출을 하지 않고 100% 신주를 발행합니다. 증권가에서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를 6조~8조 원 정도로 봅니다. 문제는 동종 업계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급락해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는 등 인터넷 은행에 대한 투자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입니다.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이 케이뱅크의 공모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들 기업의 공모 흥행 여부는 상장 시점 주식시장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코스닥지수가 2.91% 급락한 지난 1월24일 코스닥에 상장한 케이옥션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에 성공한 것처럼 시장 탓만 할 일은 아닙니다. 공모 기업의 투자설명서를 꼼꼼히 읽고 유통 가능 주식 비율과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결과를 확인하는 건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