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DC 확장 유니버스(DCEU)’ ‘엑스맨 유니버스'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등은 각자만의 고유한 특성과 매력으로 팬들을 세계관에 몰입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영화들의 원작은 ‘만화’다. MCU의 영웅들과 스토리는 스탠 리의 ‘마블 코믹스’를 원전으로 하고, DCEU도 ‘DC 코믹스’에서 출발했다.
웹툰 산업의 최정점에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웹툰 유니버스’를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세계관들이 독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동건이 연재 중인 ‘조조코믹스’는 글로벌 누적 조회 수 34억 뷰를 기록했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미의 세포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조조코믹스’의 주인공들은 ‘유미의 세포들’의 주연 캐릭터 ‘구웅’이 설립한 구웅게임즈의 직원이다. ‘유미의 세포들’의 이후 시간대를 다루고 있으며, 세포들도 등장해 작품의 연계를 독자들도 직접 느낄 수 있다.
‘유미의 세포들’의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조조코믹스’를 후속작으로 인식하고 감상 중이다. ‘조조코믹스’는 ‘유미의 세포들’의 인기를 이어받아 네이버웹툰 인기 순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고, 평균 별점 9점 후반대를 기록 중이다. 팬들도 “구웅을 보니 반갑다”며 작품 연계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의 소리’로 유명한 조석 작가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조의 영역’ ‘문유’ ‘행성인간’ ‘묵시의 인플루언서’ 등의 스릴러 작품들의 세계관은 모두 연동되어 있고, 팬들은 이를 ‘조석 유니버스’라고 부른다. 능력자 배틀물인 ‘행성 인간’ 속에 ‘조의 영역’ 인물들이 등장하기도 하고, 배경이 비춰지기도 한다.
현 시점 최고의 인기 작가인 박태준이 제작하는 남성향 액션 웹툰 세계관 ‘박태준 유니버스’도 큰 인기다. ‘외모지상주의’ ‘인생존망’ ‘싸움독학’ ‘퀘스트지상주의’ 등의 작품 속 세계는 하나다. ‘싸움독학’의 김문성이 ‘인생존망’에 등장하기도 하고, ‘김부장’의 주인공 김부장은 유니버스의 첫 작품 ‘외모지상주의’에 등장했었다. 팬들은 각 작품들 속 인물들의 싸움 실력 순위를 매겨보는 등 세계관에 즐겁게 몰입 중이다.
콘텐츠 제작사 와이랩은 회사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유니버스를 구축 중이다. 웹툰 업계 처음으로 세계관 개념을 도입했다. 히어로 세계관 ‘슈퍼스트링’에는 ‘더 퀸즈’ ‘테러대부활’ 등이 포함돼 있다.
와이랩은 청춘 세계관 ‘블루스트링’도 보유했다. ‘세상은 돈과 권력’ ‘스터디그룹’ ‘참교육’ 등의 작품들의 설정을 독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게 지역도도 만들었을 정도로 철저한 유니버스 세계관을 만들었다. ‘참교육’은 네이버웹툰 인기 순위 1위다.
여성향 웹툰 유니버스 ‘레드스트링’도 있다. 세 가지 세계관들의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작품에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내년에는 유니버스의 본편 격 웹툰 ‘슈퍼스트링’의 글로벌 론칭도 앞두고 있다.
‘아파트’ ‘타이밍’ ‘무빙’을 그린 강풀 작가의 작품들도 ‘강풀 유니버스’라는 세계관을 형성 중이다. ‘타이밍’ 주인공이 ‘어게인’ 조연으로 등장하고, ‘무빙’에도 등장한다. ‘아파트’는 영화화됐고, ‘무빙’은 올 하반기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로 공개돼 기대를 모은다.
네스티캣 작가의 인기작 트레이스도 치밀한 세계관을 구축 중이다. 트레이스는 2007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15년 넘게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장수 웹툰으로, 9억 조회수를 넘긴 작품이다. 연재 기간만큼 방대한 세계관을 자랑하는 히어로물이다. 트레이스 1기는 리마스터까지 됐고, 스핀오프 ‘트러블’도 연재됐다.
이 밖에도 김규삼 작가의 ‘하이브 시리즈’나 드라마로 제작된 ‘스위트홈 시리즈’ ‘타인은 지옥이다 시리즈' 등도 각자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MCU와 같은 거대 IP로 성장하지는 못했지만, 한국 웹툰의 글로벌 인기가 늘어나면서 마블과 같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또 최근 콘텐츠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콘텐츠 수명이 단축되고 있는데,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유니버스’ 개념은 팬들의 지속적인 소비를 유도해 IP 수명 연장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 세계관은 연속된 시리즈화·프랜차이즈화를 거쳐 충성도 높은 팬들을 형성하고, 장기적 소비를 유도해 IP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는 글로벌 진출과 후속작 성공 확률을 높여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독 작품에 비해 내용을 전개할 수 있는 레시피가 많아져,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