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음식물쓰레기) 덕분에 자동차를 굴릴 수 있다면...믿기세요?
음쓰를 집어넣는 것만으로 달리는 자동차는 없을 테니(나름 좋을 것 같긴 한데 냄새 어쩔...) 조금 머리를 굴려보자면 음쓰를 뭔가로 바꿔야겠죠? 그게 뭘까요? 정답은 수소. 현존하는 가장 깨끗한 에너지인 바이오수소에요.
그게 되냐고요? 돼요. 이미 잘 되고 있다는 소식에 충주로 가봤어요. KTX 충주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음쓰처리장과 바이오수소 생산&판매&충전까지 한꺼번에 다 되는 ‘충주바이오그린수소충전소’가 지난 4월부터 상업운영 중. 산업통상자원부랑 충북도, 충주시, 고등기술연구원, 기업들이 손잡고 지었어요. 에디터는 송형운 고등기술연구원 박사님을 따라 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어요.
과정이 단순하진 않아요. 사실 에디터도 이런 얘기 되게 힘겨워하는 문과인간인데 음쓰가 세상 깨끗한 에너지로 바뀐다는 점 때문에 알수록 재밌더라고요.
최대한 쉽게 적어보면 이래요. 음쓰를 밀폐된 공간에 모아두면 미생물이 먹어치우면서 메탄 가스를 포함한 바이오가스(메탄 60%, 이산화탄소 40%)가 뿜뿜 나와요. “위장에서 음식물이 소화되면서 나오는 방귀랑 비슷하다”는 송 박사님의 설명 덕분에 단박에 이해가 되더라고요.
원래 메탄 가스는 공기 중에 퍼지면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돼요. ‘메탄 1톤=이산화탄소 25톤’ 수준의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만큼 무서운 녀석인데 다행히 도시가스처럼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어요.
그리고 메탄가스를 수소추출기에 집어넣어서 수소를 뽑아내면 수소자동차, 수소트럭, 수소버스 연료로 쓸 수 있어요. 인프라만 갖춰져 있으면 가정집 냉난방에도 쓸 수 있고요. 이걸 ‘바이오 수소’라고 해요.
충주 충전소에서는 충주 전역에서 모인 하루 60톤의 음쓰를 미생물과 함께 잘 묵혀서(30일) 하루 평균 500kg의 수소를 만들어요. 사실 음쓰나 인근 농가에서 모아온 소, 돼지 똥(축분)을 더 넣으면 하루 600kg까지도 만들 수 있다고. 원래 음쓰랑 소똥이랑 사람 똥 등등을 다 섞는 게 질소&탄소 성분이 조화롭게(...) 담겨서 미생물 입장에선 더 좋대요. 근데 아쉽게도 현재까지 축분은 담당 부처라든가 농가들과의 이해 관계(누가 어떻게 모아서 그 처리비는 누가 누구에게 줄 것이며...)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돼서 못 쓰고 있대요.
미생물이 음쓰를 분해하고 나면 메탄가스랑 소화액 정도만 남는데, 소화액은 하수처리장으로 가서 다시 깨끗한 물로 정화돼요. 음쓰가 이렇게 알뜰하게 쓰인다니 놀라울 따름…
요렇게 만든 수소는 수소 전용 운반차인 튜브트레일러(TT)에 담아서 내다 팔기도 하고, 이 곳 충전소에서 수소차 충전에 쓰이기도 해요.
P.S - ‘모든 수소=친환경! 탄소배출 0!’은 아니에요.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달라요. 그래서 아래 내용 일독하시길 추천드려요. 복잡하지도 않고 완전 기본기니까 꼭요(애걸복걸). 요것만 알면 수소에 대해 아는 척 좀 할 수 있을 듯?
한줄요약하자면, 음쓰→메탄가스→수소→수소차까지 탄소배출 없이 지구에 무해한 수소 에너지 생산과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 그러면 이제는 이런 과정이 왜 대단한 건지 짚어볼게요.
첫번째, 이런 식으로 각 지역마다 자체적으로 바이오수소를 만들면 물류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부생수소는 철강, 화학 공장이 밀집한 서산, 울산 등지에서 많이 생산되기 때문에 서울이나 부산 같은 지역으로 실어 나르려면 물류비가 많이 들죠. 하지만 충주에서 생산해 충주 사람들이 쓴다면 물류비 부담이 훨씬 줄어들어요.
송 박사님은 “서산에서 충주까지 수소를 실어오면 킬로당 3000~4000원의 물류비가 드는데 충주 내에서는 1000원꼴”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수소를 실어 나르는데 드는 탄소배출량도 당연 줄고요(요건 수소 운반차=튜브트레일러가 수소차라면 해결 가능한 문제긴 해요). 전국 곳곳에 이런 수소 생산 기지가 생긴다면? 완전 좋겠죠.
음식물 쓰레기로 수소를 만들고, 그걸 수소차에 판매하고…음식물 수거차량이랑 튜브 트레일러까지 수소차로 바뀌면 충주 수소충전소는 완벽한 탄소중립의 성지가 되는 셈이에요.
또 다른 장점은 기름값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단 점.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 때 부산물로 나오는 거라 요즘처럼 국제유가가 비싸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바이오수소는 음쓰 가격이란 것 자체가 없으니까 영향을 안 받아요.
수소차를 타는 누구나 거주지역의 충전소에 가서 수소를 충전할 수 있어요. 요렇게 수소를 생산해서 충전, 판매까지 하는 곳을 ‘마더 스테이션’이라고 하는데 충주 충전소가 국내 최초예요. 이 곳으로 충전하러 오는 수소차는 하루에 15대 정도로 많지는 않은데 수소차 시장이 커지면 훨씬 늘겠죠.
수소차를 충전하고 남은 수소는 모두 인근 수소충전소에 공급한대요. 수소충전소가 홀로서기(수익성 등등)를 하려면 가동률이 70% 이상이어야 하는데, 충주 수소충전소는 요렇게 다른 충전소에도 수소를 공급하는 덕분에 가동률 90% 이상.
아무리 달려도 탄소배출량 0인 수소 승용차는 현재 국내에 ‘넥쏘’ 한 종류. 가득 충전했을 때 주행가능거리는 공식적으로 609km, 하지만 다른 모든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에어콘·히터 사용 여부라든가 주행 속도, 교통정체 유무 등에 따라 주행가능거리가 짧아지기 마련이죠. 넥쏘의 경우 가득 충전하면 서울-부산 편도를 다녀오고도 많이 남는 수준이에요. 가득 충전하는 데 필요한 수소가 6.33kg=대략 4만8000원어치라는 걸 감안하면 KTX(서울-부산 성인 5만9800원)보다 훨씬 싸죠. 소음도 진동도 오염도 없고요.
전기차처럼 정부+지자체 보조금이 있고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3,250만~4,000만원대예요. 그럼 수소차 실구매가는 3000만원대. 친환경차라 세금, 하이패스 통행료, 주차료 할인도 있어요. 충전 인프라가 마련된 지역이라면 솔깃할 수밖에 없는 이유.
요런 장점들 때문에 정부에서도 ‘수소경제’를 외치고 있어요. 2019년에 발표한 ‘수소 로드맵’에는 연간 수소 생산량을 2018년 13만톤→2030년 194만톤으로 확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보급&수소충전소 1,000곳 설치 같은 내용이 담겼어요. 그리고 수소 충전소의 수소 판매 가격을 현재 킬로당 8,000원대→2040년까지 3,000원대로 내리겠다 했고요. 지금 수소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면 3만원 정도 드는데 로드맵대로라면 1만원대로 가능. 그때쯤이면 수소차 연비도 더 좋아질 테니까 연료값이 더 저렴해질 수도 있을 거고요.
문제는 비용. 새로운 인프라를 만들어야 되니까 아무래도 비용이 싸지는 않죠. 바이오가스플랜트를 지어야 하고, 배관도 깔아야 하고(도시가스 배관은 킬로미터당 6억~7억원, 수소는 10억원), 수소추출기도 최첨단이니까 비싸고, 충전소랑 튜브트레일러도 필요하고요.
그런데 어떤 친환경 에너지도 처음에는 똑같이 비싸요. 풍력발전은 거대한 바람개비(...)를 세워야 하고, 태양광발전은 수천 수만 개의 패널을 깔고…심지어 풍력, 태양력은 땅이든 해상이든 공간을 많이 차지하죠. 친환경 발전을 한다고 산림을 밀어버리기도 하고요. 어차피 땅이 좁고 산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한꺼번에 많이 설치할 수도 없는데 말예요(미국의 드넓은 사막에 태양광 패널을 쫙 까는 거랑 비교하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송 박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바이오수소가 답이란 생각이 강해지더라고요. 에디터 귀가 얇기도 하지만요. 그치만 기술도 다 있고, 심지어 음쓰를 처리하면서 청정 에너지를 만드는 1석2조니까 안 끌릴 수가 없더라고요. 초기 비용이 문제지만 정부에서도 팍팍 지원해서 얼른 ‘수소경제’가 실현됐으면 좋겠어요. 우리의 청정한 미래를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