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사망 산업재해의 예방 실효성 논란이 일던 ‘경영안전인증’를 폐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기업이 경영안전인증에만 기대 작업 현장 개선하지 않으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반면 경영계는 경영안전인증이 폐지되면 중대재해법을 지키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운영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을 신청 기업별 ‘안전역량 수준 평가제’(가칭)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기업의 안전 상황을 등급별으로 매겨 기업 스스로 안전 현장을 만들도록 유인하겠다는 게 개편안의 목적이다. 개편안은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오는 10월 직접 발표할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 포함되는 게 유력하다.
경영안전인증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안전보건활동을 수립하고 실행한다고 정부가 확인하는 제도다. 하지만 인증을 받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작년 6월 철거 건물 붕괴사고, 올해 1월 아파트 붕괴사고를 내면서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올해 1월 안전보건공단은 현산의 인증을 취소했다. 그동안 인증 사후 관리도 부실했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됐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경영안전인증을 받은 종합건설업체 가운데 공단 심사로 취소된 경우는 1곳에 불과했다.
올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것도 경영안전인증 폐지 논의에 힘을 실었다. 현산 인증 논란 후속대책으로 안전보건공단이 추진한 개선 방향은 중대재해법 방향과 맞지 않다. 공단은 기업에서 2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하지만 중대산업재해의 사망자 기준은 1명 이상이다. 공단이 사망자 기준을 1명 이상을 낮출 경우 인증 취소가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고용부 내부에서도 안전인증 실효성에 대한 찬반이 팽팽하다는 전언이다. 고용부는 중대재해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 인증, 서류 등 형식적인 준비로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강조해왔다. 경영책임자와 기업이 현장 사고 위험 요인을 직접 제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중대재해법 취지에 맞는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반기 1회 이상 안전보건확보 의무 이행을 하지 않는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경영계에서는 중대재해법 준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증제가 폐지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관계자는 “안전인증의 실효성이 문제라면 폐지가 아니라 개선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안전인증은 중대재해법 처벌과 준수를 걱정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일종의 기준 역할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도 경영계가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부터 안전 인증제 확대를 요구했다는 점, 안전 인증제 폐지로 기업이 겪을 수 있는 혼란 등을 고려해 안전보건체계 지원과 컨설팅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최근 여당에서 인증제 도입을 골자로 한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안전공단의 인증제 개편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폐지 방침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