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피눈물인데 하락장이 절세 찬스…주식 증여 봇물

증여 시점 기준으로 증여세 매겨
향후 주가 올라도 추가 세금 없어
석달간 '증여' 공시 175건으로 쑥
오너家·임원 중심으로 증가추세
상승곡선에 "없던 일로" 번복도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고점 대비 약 30% 하락하는 등 조정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증여나 지분 확대의 기회로 삼는 오너가와 임원이 증가하고 있다. 증여 시점 전후의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세를 매기기 때문에 주가 하락기에 증여를 하면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 특수관계인들뿐만 아니라 자산가들 역시 주식 증여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는 게 증권사 세금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0일 다트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개월(4월 1일~7월 8일)동안 ‘증여’로 검색한 지분공시는 총 175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55건)과 비교했을 때 20건 증가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주주가 자녀나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지난 6월 대신증권(003540) 일가는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두 딸인 양채유(10세), 양채린(7세)양과 조카인 홍승우(4세) 군에게 자금을 증여하고 이를 주식 매수에 활용했다. 이들은 증여 받은 돈으로 6월 17일~ 23일에 총 4억 1200만 원, 각 9000주의 주식을 장내매수했다. 취득 단가는 주당 1만4000원~1만5000원 선으로 전년 고점 2만1000원선 대비 30% 하락한 수준이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미성년자 자녀의 경우 10년에 한 번씩 2000만 원, 성년 자녀의 경우 5000만 원까지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있다”며 “자산가들은 주가가 쌀 때 현금을 증여하고 이를 주식 매수에 활용하는 ‘똑똑한 증여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정학헌 신풍제지(002870) 회장이 친인척인 정민수 씨에게 26만 주(전체 지분 중 0.74%)를 증여했다. 이번 증여로 정민수 씨의 지분은 총 87만 5996주로 증가했다. 류진 풍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는 지난 5월 배우자인 Helen Lho 씨와 자녀인 류성왜 씨에게 각 12만 6012주, 7만 9180주를 증여했다. 이 두 기업의 주가 역시 연초 대비 각 28%, 11% 하락했다.


기업 승계 등의 목적으로 지분 증여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지난달 현승훈 화승코퍼레이션(013520) 회장도 맏아들인 현지호 총괄 부회장에게 본인이 보유한 674만 8364주를 전량 무상증여했다. 이로써 현 부회장의 지분은 35.4%로 늘어나 화승코퍼레이션은 오너 3세에 대한 승계 절차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화승코퍼레이션은 올해 초 대비 주가가 25% 하락한 바 있다.


특히 주가 낙폭이 컸던 바이오 기업 주식 증여가 활발히 이뤄졌다. 지난 5월 박종수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비등기임원(실장)이 친인척에게 4000주를 증여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비올 이상훈 이사 역시 배우자에게 15만 주를 증여했다. 이 두 기업의 주가는 모두 올해 들어 각 37%, 11% 떨어졌다. 이외에도 연초 대비 주가가 각 23%, 17% 하락한 센코, 브이원텍 등의 제조업 기업에서도 배우자 및 자녀에게 증여가 이뤄졌다.


하락장에서 주식 증여는 절세에 효과적이다. 현행법상 증여세는 증여일 기준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평균 주가를 계산해 세금을 부과한다. 향후 주식 가격이 다시 올라도 차익에 대한 세금을 추가적으로 부과하지 않는 것 역시 장점이다.


최근 대형 증권사에도 증여 관련 문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증권사의 한 세금컨설팅 담당자는 “최근 약세장이 이어지며 증여 상담이 꽤 늘어났다”며 “대형 지분 증여 문의가 지난해 대비 2배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세무 관계자 역시 “현재 고객들에게 ‘이 정도면 괜찮다’며 역으로 증여를 제안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반면 주가가 올라 오히려 증여를 취소한 경우도 있다. 지난 4월 씨젠(096530) 역시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2개월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천경준 회장 부부는 지난 4월 자녀 3인에게 준 총 90만 주에 대한 증여를 취소했다. 충분히 하락했다고 생각했던 2월 주가(5만 원 선)가 4월 4만 원 선으로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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