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직)인 배달 기사들에게 일반 근로자와 달리 산업재해보상보험료(산재보험료)를 납부하게 한 것은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배달 기사 A씨 등 3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재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면서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규정한다. 택배기사나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방문판매원 등이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49조의3 2항)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각각 2분의 1씩 부담하도록 정한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100% 부담한다.
배달대행업체와 계약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A씨 등은 이 같은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보험료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청구하는 한편 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다.
이들은 "근로자가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것과 달리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산재보험료의 2분의 1을 부담시키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부당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해당 조항으로 인해 원고들의 평등권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하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산재보험 수급권은 국가가 사회보장·경제 수준을 고려해 내용과 범위를 정할 입법 형성권이 인정되며 산재보험료 부담에 관해 헌법에서 특별히 평등을 요구한다고 볼 수 없다"며 "많은 국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방법과 정도를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비품·원자재·작업 도구를 소유하거나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위험을 스스로 부담해 근로자보다 사업주와 유사한 면이 있다"며 "산재보험료 2분의 1을 부담케 하는 것이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산재보험법은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 관해 산재보험법을 적용하고,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불합리는 단계적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은 서울고법에서 심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