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권성동 직대'로 결론냈지만…이준석 수사 결과 '태풍의 눈'

■국힘 의총 열고 내분 수습
'새 대표 선출 어렵다'에 의견모아
李 대표 6개월 뒤 복귀 가능성에
"갈등 양상 재연" 일부선 부정적
李 대표 사퇴 압박수위 높이면서
경찰 기소 의견땐 전대 추진할듯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 징계로 인한 대표 공백 사태에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를 승인하며 수습에 나섰다. 당헌당규에 따르면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은 불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다만 이 대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부 의원들은 이를 마지못해 받아들인 모양이라 이 대표 자진 사퇴 압박 등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경찰에서 이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라도 하면 국민의힘은 즉각 전당대회 모드로 전환되는 등 다시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오전부터 최고위원회의와 선수별 의원 모임, 의원총회 등 연쇄 회동을 가지며 차기 지도 체제를 모색했다. 최고위는 이 대표 징계가 ‘사고’여서 권 원내대표가 당 대표 직무대행을 하는 게 맞는다는 당헌당규 해석을 당 사무처에서 보고 받고 승인했다. ‘궐위’가 아니기 때문에 전당대회는 열 길이 없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를 원내대표든 최고위든 누구든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이후 선수별 의원 모임은 대표 직무대행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힘을 싣는 자리였다. 의원 42명이 참석한 초선 모임은 “윤리위 결정과 당규 원칙을 존중하고 당 지도부 중심으로 여러 문제를 같이 해결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중진과 재선 모임에서도 이 대표 징계는 사고이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개최할 방법은 없다는 데 수긍했다. 또 전당대회의 ‘플랜B’로 거론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도 이번 상황에서는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권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 발언에서 새 당 대표 선출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그는 “당 기획조정국에서 법리 전문가의 조언을 받고 그동안 축적된 관례를 거울 삼아 다각도로 검토한 결과 당원권 정지는 궐위가 아닌 사고”라며 “당헌당규상 궐위된 경우 외에는 임시 전당대회를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의총에서 권 원내대표의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당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권 원내대표는“위기를 기회 삼아 환골탈태의 각오로 나아가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철학과 비전을 보여드리고 정책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결론을 마지못해 받아들인 의원들이 다수 있다는 점에서 체제 불안정이 예상된다. 일부 의원들은 집권 초 경제·안보 위기가 대두되는 엄중한 상황이라 당 대표 직무대행이라는 임시 체제가 아니라 정식 지도부를 구성하는 게 필수라고 본다. 강경파 의원들은 최근까지도 당 대표의 당원권 정지를 사실상 궐위로 해석하고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을 물밑에서 표출해왔다.


한 재선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6개월 동안 직무대행할 수는 없다”며 “새 당 대표를 뽑아서 안정적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빨리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직무대행 체제로 가면 결국 이 대표가 6개월 뒤 복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복귀하면 다른 의원들과 치고받는 갈등 양상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전당대회나 비대위 출범은 막힌 상황이기에 이 대표에 대한 자진 사퇴 압박 수위를 최고위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중진 모임에서는 이 대표에게 자진 사퇴를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경우 경찰 수사 결과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되면 당 대표 궐위로 해석하고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가 무혐의로 불송치되면 6개월 뒤 복귀가 기정사실화된다. 권 원내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 수사 결과가 앞으로 지도 체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잠행 중인 이 대표는 자진 사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입니다”라며 국민의힘 온라인 입당 링크를 공유했다. 자신에 우호적인 당원을 늘려 장기적인 세 대결을 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