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을 회피하는 능력이 강한 오미크론 BA.5 변이 바이러스가 조만간 국내에서도 우세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감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재감염된 사람은 한 번 감염된 사람보다 6개월 내 사망 위험성이 2배로 높다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오면서 공포감마저 조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BA.1, BA.2 감염자가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BA.5에 재감염되는 사례는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재감염 시 중증도도 높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올해 6월 5일까지 누적 확진자 1797만 718명 중 재감염자는 6만 8117명이다. 전체 확진자 중 재감염자 비율은 0.379%다. 재감염률은 3월 19일 기준 2만 6239명(0.284%), 4월 17일 5만 5906명(0.347%), 5월 15일 6만 4451명(0.366%)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높은 재감염률을 보이는 BA.5의 특성을 고려해 재감염 발생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최근까지 집계한 수치를 21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 당국이 밝힌 가장 높은 재감염률은 0.379%이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재감염률이 2%를 넘기도 했다. 부산은 지난 달 1만 3969명이 감염됐는데 그 중 318명(2.28%)이 재감염자였다. BA.5가 우세종인 미국의 경우 재감염률은 15%에 달한다. 미국에서 최근 6개월 확진자 25만 7000여 명을 조사한 결과다. 델타와 오미크론 변이(BA.1, BA.2) 재감염률 1.5% 미만과 비교해 보면 10배 정도 되는 셈이다.
BA.5는 기존 오미크론과 감염 증상이 유사하지만 더 심한 인후통과 코막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적으로 재감염 증상은 첫 감염 증상보다 경미하다고 전해지는데 최근에는 이와 상반되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전해져 주목을 끌기도 했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미국 재향군인의료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 560만 명의 의무 기록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두 차례 이상 코로나19에 걸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코로나19에 한 번 걸렸던 환자에 비해 6개월 이내에 사망할 위험이 2배로 높다는 결과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재감염 사례가 다소 늘고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우려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재감염 사례로 미국에서 발표한 수치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문을 보면 15%가 아니라 사실은 12~13%”라며 “미국은 델타 등 오미크론 이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BA.5에 걸리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BA.1, BA.2 등 오미크론에 감염됐던 사람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위 변이인 BA.4, BA.5에 다시 감염되는 재감염률은 훨씬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재감염률은 0.3%인데 BA.5가 면역 회피력이 강하다 보니깐 국내는 많게는 1% 전후로 예상한다”며 “오미크론에 걸렸던 사람이 재감염된 사례를 본 적이 없는데 최악을 예상해도 3%를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위험군의 중증도와 관련해서는 “65세 이상 면역이 떨어져 있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중증을 앓게 되고, 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재감염이 되면 입원율, 사망률 등의 데이터는 높게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재감염이 더 위험하다는 얘기는 고위험군에 한정된 얘기”라고 언급했다. 대응 방안으로는 대면 진료 확대를 제시했다. 천 교수는 “초기에 이부실드 같은 항체 치료제를 투여하면 치료 효과가 80~90%에 육박한다”며 “대면 진료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BA.5는 면역 회피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오미크론 이전에 감염됐던 사람은 재감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그런데 오미크론 BA.1이나 BA.2에 감염됐던 사람의 경우 특히 접종한 사람은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 면역이 유지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감염의 경우 중증화율은 감소하기 때문에 다행이긴 한데 어쨌거나 재감염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재감염 시 위험이 높아진다는 미국 연구 결과와 관련해서는 “일부 고위험군에서는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연구 설계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고 다른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어서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