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2일 자신에게 제기된 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 “저는 정의당의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별 행위자로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고 그만큼 책임도 무겁다”고 밝혔다.
심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은 이날 정의당 홈페이지에 ‘정의당 10년 역사에 대한 평가서’를 각자 작성해 게시했다. 앞서 한석호 비대위원이 의원단에게 요청한 사안이기도 하다.
심 의원은 평가서에서 “저는 진보정당 1세대의 실험이 끝났다고 본다. 민주노동당 창당 이래 23년간을 버텨 왔지만 우리는 미래를 열지 못했다”며 “그 지난한 과정에서 저의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이어 “그간 당을 주도해온 세력은 낡았고 심상정의 리더십은 소진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차기 리더십이 주도할 근본적 혁신은 주류세력 교체, 세대교체, 인물교체를 통해 긴 호흡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특히 “‘조국 사태’ 국면에서의 오판으로 진보 정치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일전에도 거듭 사죄드린 바 있지만, 조국 사태와 관련한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 이 사건은 제게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같은 언급은 전날 정의당 공식 회의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제기된 ‘심상정 책임론’에 대한 답변으로도 볼 수 있다. 한석호 비대위원은 전날 비대위에서 “1기 정의당 실패는 심상정 노선의 실패”라며 “명백한 불평등-부정 사태인 조국 사태에서 정의당은 ‘민주당 2중대 낙인’을 스스로 이마에 새겼다”며 “그 결과는 총선-대선-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선거 연속 패배였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정의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총사퇴 주장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일부 당원들께서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비례의원들에게 여러 공과 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2년 남짓 활동한 비례 국회의원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정의당 정호진 전 수석대변인은 비례대표 의원인 류호정·장혜영·강은미·배진교·이은주 의원(비례대표 순번 순) 5명이 일괄 사퇴하고 이 자리를 새로운 인물로 채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