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정원 확대는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는 수험생들에게는 호재지만 지방대에는 대형 악재다.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편입이 수도권 대학으로의 인재 유출 통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교육부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률은 5.9%로 집계됐다. 215만 9584명 중 12만 6561명이 자퇴·미등록·미복학 등의 이유로 중도 탈락했다. 서울·수도권 대학은 91만 1640명 중 6.7%인 6만 903명이 중도 탈락했다. 비수도권 대학(지방 캠퍼스 포함)은 124만 7944명 가운데 5.3%인 6만 5658명이 학업을 중단하거나 학교를 옮겼다.
중도탈락률은 서울·수도권 대학이 높지만 비수도권 대학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낫다. 편입학 전형을 통해 결원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수도권 대학은 지난해 일반 편입으로 7903명을 모집했는데 7440명이 등록했다.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2만 6343명을 일반 편입으로 모집했으나 59.7%인 1만 5731명이 등록하는 데 그쳤다.
비수도권 대학 학생 중 일부는 편입을 통해 서울·수도권 대학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서울 지역 대학 편입생 중 60~70%는 같은 서울이나 수도권 대학 재학생이고 25~30%는 비수도권 대학 출신이다. 나머지는 전문대 출신이거나 학점은행제를 통한 경우다. 서울 지역 대학 편입생 4명 중 1명은 지방대 출신인 셈이다.
편입이 지역 인재 유출 통로가 돼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2012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편입학을 통한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제한하고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대학 편입학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전임교원 확보율로만 산정하던 일반 편입 모집 인원을 교사·교지·수익용기본재산확보율 등 4대 교육 여건 지표를 모두 적용하도록 바꾸고 편입학 선발 횟수도 연간 2회에서 1회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2012학년도에 1465명이던 서울 주요 10개 대학의 일반 편입 정원은 2013학년도에 897명으로 40% 가까이 줄어드는 등 일시 위축됐으나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학들이 재정과 직결되는 학생 충원을 위해 편입 정원 산정의 근거가 되는 4대 요건 확보율 지표를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편입학 모집 인원 증가는 대부분 교원을 늘리는 등 투자 여력이 있는 수도권 대학의 몫이고 지방대는 편입학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해 재정난이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이다.
한 지방대 입학처장은 “지역 대학 입장에서는 신입생 미충원도 고민스럽지만 편입 등을 위해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게 더 고통스럽다”면서 “정부가 지역 대학 육성 정책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