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날드를 인수한 러시아 업체가 새 브랜드로 단장해 문을 연지 한 달도 안 돼 '곰팡이 햄버거'로 구설에 오른 가운데 이번에는 감자를 구하지 못해 일부 매장에서 프렌치프라이(감자튀김) 판매를 중단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9일(현지시간) 영국 BBC에 따르면 러시아 패스트푸드 체인 '브쿠스노 이 토치카'가 일부 신규 매장에서 본사의 감자 확보 실패로 감자튀김을 못 팔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현지에 감자가 대규모로 나오는 가을이 돼서야 감자튀김 판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감자 수확량이 적었던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감자 수입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세계 최대 감자튀김 공급 기업인 매케인은 지난 3월 러시아 공장 설립을 취소하고, 러시아에 물품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맥도날드를 인수해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 약 10개 매장을 단장해 지난달 12일 개장한 브쿠스노 이 토치카는 한 달도 안 돼 '곰팡이 햄버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스위크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맥도날드에서 이름을 '브쿠스노 이 토치카'로 바꾼 러시아 햄버거 브랜드 매장을 찾았다가 곰팡이가 핀 햄버거를 받았다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이 중에는 햄버거 패티에서 벌레 다리로 보이는 이물질이 나왔다고 주장하는 글도 있었다.
러시아 야권 정치인이자 TV쇼 진행자인 크세니아 소브차크 역시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브쿠스노 이 토치카가 곰팡이 햄버거를 판다"며 여러 장의 사진을 함께 올렸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먹다 만 햄버거 빵에는 초록색 곰팡이가 피어있다.
그러면서 소브차크는 "이 회사는 제품 품질 관리 측면에서 맥도날드의 기준을 별로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며 "오늘만 곰팡이 햄버거를 받은 사례가 세 건이나 나왔다. 그중 두 건은 내 구독자들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러시아 네티즌들은 "러시아제 햄버거의 맛", "블루치즈 버거냐"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은 '맛있다. 그게 전부'라는 뜻의 해당 햄버거 브랜드 이름을 '곰팡이. 그게 전부'라는 뜻의 이름을으로 바꿔 조롱하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브쿠스노 이 토치카 대변인은 "납품하는 제조사에 연락해 해명을 요구하고 관련 품목을 폐기했다"며 "제품 품질과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했다.
앞서 맥도날드의 새 명칭인 브쿠스노 이 토치카는 지난달 12일 모스크바와 모스크바주(州) 내 15개 매장을 새로 열었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는 '두말할 필요없이 맛있다'는 뜻이다.
맥도날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 3월 14일 정상적 사업 운영이 불가능하다면서 러시아 전역 850개 매장을 폐쇄한데 이어 5월 중순에는 러시아 시장 완전 철수와 러시아 내 자산 매각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