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단숨에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정책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를 넘고 기대인플레이션마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1310원대를 돌파하자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금리 역전 가능성이 큰 가운데 역전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25%로 0.50%포인트 인상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올해 4월과 5월에도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세 번 연달아 금리를 올렸다. 금통위가 세 번 연속 금리를 올린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013년 5월~2014년 8월(2.25%) 수준으로 올라섰다.
빅스텝으로 가계 이자 부담은 두 배씩 늘어나게 됐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전체 연간 가계의 이자 부담이 3조 3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빅스텝으로 인한 연간 이자 부담은 6조 6000억 원이다. 가구 1인당 연간 평균으로 16만 4000원으로 빅스텝으로 32만 8000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올린 만큼 단순 계산하면 약 1년 만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이 114만 원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통위가 경기 침체 우려에도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최근 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가 올랐는데 이는 역대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아직 물가 정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하루빨리 안정시키기 위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등 긴축 가속도 빅스텝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1310원대에 안착했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달 한미 금리 역전이 다가오면서 지난달에만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이 3조 9000억 원 넘게 유출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도 나타나는 점도 빅스텝 결정 요인 중 하나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다만 이번 빅스텝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가계의 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점차 둔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고물가에 가계의 소비마저 점차 위축되는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는 점도 경기에 부담이 된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이 2.7%에 이를 것으로 봤는데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금리를 크게 올린 만큼 가계 이자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통위가 유례없는 빅스텝을 단행한 만큼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지도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이후 금통위에서 한은이 0.25%포인트씩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연 2.75~3.0%다.
이날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빅스텝을 결정했는지, 베이비스텝 인상 의견을 낸 금통위원이 있었는지는 총재 간담회가 진행되는 오전 11시 10분에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