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통령, 사임 앞두고 몰디브로 도피…막 내린 라자팍사 가문

고타바야 대통령, 퇴진 압력에 13일 사임 약속해
사임 당일 구금 피해 망명…재무장관은 미국행
70년 만에 최악의 경제난 직면…부패 정권에 책임 물어

로이터연합뉴스

국가 부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을 약속했던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간) 군용기를 타고 몰디브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 최악의 경제난에 분노한 반정부 시위대를 피해 그의 동생인 바실 라자팍사 전 재무장관은 물론 대통령 내외까지 이날 해외로 도피하자 외신들은 수십 년간 스리랑카를 통치해온 '라자팍사 왕조'가 막을 내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FP 통신은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를 인용해 고타바야 대통령과 영부인이 경호원 한 명을 대동한 채 안토노프-32 항공기에 탑승해 스리랑카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들은 새벽 무렵 몰디브 말레 공항에 도착한 뒤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비공개 장소로 이동했다. BBC에 따르면 바실 전 재무장관 역시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앞서 고타바야 대통령은 10만 명이 넘는 민중 시위대가 9일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을 점령하자 반다라나이케 국제공항 인근 공군기지로 급히 피신한 뒤 13일에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공식 퇴임이 예정된 당일 고타바야 대통령이 대통령 면책특권이 사라짐에 따라 체포될 가능성을 우려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AFP는 설명했다.


망명 소식이 전해지자 수도 콜롬보에서는 시위대의 축하 행사가 벌어졌다. BBC는 12일 저녁부터 집무실 인근 광장에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모여 퇴임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2019년 당선된 고타바야 대통령은 부정부패와 경제 실정으로 국가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트리는 등 1948년 독립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다는 비난을 받는다.


앞서 스리랑카는 코로나 19로 핵심 산업이었던 관광업이 직격타를 맞으며 외화 수입이 폭락하고 지난해 국내 총생산(GDP)도 2018년보다 73억 달러(약 9조 5500억 원)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처럼 외환이 바닥난 상태에서 스리랑카는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급증한 나랏빚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 5월 공식적인 디폴트에 빠졌으며 현재까지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고타바야 대통령이 퇴진함에 따라 2024년까지의 잔여 임기를 수행할 차기 대통령은 20일 스리랑카 의회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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