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라는 ‘빅스텝’으로 카드사 등 제2금융권이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카드사·캐피털사들의 경우 이미 여신전문금융회사채 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하며 자금 조달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인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역시 예금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가 발행하는 여전채 AA+ 등급의 3년물 금리는 12일 기준 4.285%를 기록했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올해 1월 2.750%에서 지난달 10년 만에 4%를 돌파했으며 한때 4.5%를 넘기도 했다. 빅스텝이 시장금리에 반영될 경우 여전채 금리는 다시 4.5%를 넘어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은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규모 캐피털사들의 경우 생존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장기 CP를 발행하는 등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하반기 영업 전략 모드를 ‘성장’보다 ‘생존’으로 전환한 상태다. 삼성카드는 최근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올해 하반기 경제 상황은 급격한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 복합 위기가 현실화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고객의 예적금으로 대출자금을 조달하는 저축은행 역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저축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 등과의 경쟁 격화로 올린 예적금 금리만큼 대출금리를 올리지 못해 예대마진(대출과 예금 금리 차에 따른 이익)이 축소되고 있다. 최근 급격히 불어난 다중채무자들도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액은 603조 원으로 2017년(490조 원) 대비 22.8% 증가했다. 다중채무자 1인당 채무도 같은 기간 1600만 원 늘어 1억 34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저축은행은 다중채무액이 73.8% 늘어 은행(31.6%), 카드사(38.2%)를 크게 앞서고 있는 상태다. 제2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는 어떻게든 버티더라도 내년부터는 진짜 체력이 좋은 금융사들만 살아남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