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6월 정점론…"관건은 러·OPEC"

휘발유값, 고점 대비 7.2% 내려
"美 CPI, 6월 고점" 힘실리지만
러, 노르트스트림1 중단 연장땐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
OPEC도 무턱대고 증산 쉽잖아

AFP연합뉴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6월을 정점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인플레이션 고점론’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국제 유가와 함께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7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행보에 따라 국제 유가가 다시 급반등할 수 있어 인플레이션 진정을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공군기지에서 취임 후 첫 중동 순방길에 오르며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13일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거쳐 사우디아라비아를 찾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AP연합뉴스



12일(현지 시간) CNBC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아마도 6월 중 최고조에 달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갤런당 평균 5달러를 넘었던 미국 휘발유 값이 현재 4.66달러로 고점 대비 7.2%나 하락한 것이 판단의 근거다. 앞서 백악관도 6월 CPI를 두고 “높은 숫자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이미 과거 자료다. 휘발유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의 하락한 휘발유 값이 반영되는 7월 CPI는 6월에 비해 낮아질 것임을 시사한 백악관의 이 같은 입장은 시장에서 6월 고점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유지·보수를 이유로 유럽 내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 측이 예고한 중단 기간은 21일까지로 그 이후에는 가스 공급이 재개돼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전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거나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리버럼캐피털의 요아킴 클레멘트 전략부문장은 “(가스 공급 중단이 현실화하면) 독일과 폴란드, 다른 중부 유럽에서 시작된 충격이 유럽의 나머지 지역과 전 세계에 어떻게 확산할지 알 수 없다”며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우려했다. 사만다 다트 골드만삭스 천연가스리서치헤드도 “7월 22일은 시장에 강력한 신호를 주는 날이 될 것”이라며 가스프롬에서 보수 만료 예정일 하루 이틀 전에 기간 연장에 관한 얘기가 나올 경우 패닉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결정에 따라 국제 유가가 다시 치솟고 휘발유 가격도 함께 뛰면서 인플레이션을 다시 끌어올리게 된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시장은 러시아가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는 ‘최후의 날’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OPEC의 행보도 주요 변수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만 따져도 하루 300만 배럴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3일부터 중동 순방에 나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대규모 증산을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쏟아지는 와중에 OPEC이 무턱대고 증산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더 지켜보려 할 것이라는 예상도 적지 않다. OPEC은 이날 내년도 석유 시장에서 글로벌 수요가 하루 270만 배럴 늘어나는 반면 비OPEC 산유국들의 공급량은 하루 170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OPEC의 증산 없이는 하루 1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블룸버그는 “수급 격차를 메우기 위해 OPEC이 생산량을 크게 늘려야 하지만 OPEC 회원국들은 투자 부족과 정치적 문제에 지금도 생산 규모가 부족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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