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제헌절 전까지 상임위원회 배분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에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협상 타결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와 국회운영위원회를 여당에 양보했으니 행정안전위원회와 과방위 위원장을 모두 맡겠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는 원래 관례적으로 여당이 위원장을 맡는 상임위원회”라며 “민주당이 행안위와 과방위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두차례 협상했지만 원구성 합의에 다다르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동안 관례상 법사위는 국회의장을 배출하지 않은 정당이, 운영위는 집권 여당이 맡아왔다”며 “국민의힘에서 당연히 가져가야할 상임위를 두고 자신들이 양보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원내수석부대표에 따르면 여야 상임위 배분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은 행안위와 과방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가 기능과 국가 조직의 근본에 해당하는 행안위나 과방위 역시 여당이 당연히 맡아야 하는 상임위라는 것이 국민의힘 기본 입장”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꼭 해야겠다면 원활한 원구성 협상을 위해 행안위는 야당에 넘겨줄 수 있다고 협상 과정에서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과방위가 상임위 배분 협상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은 과방위에서 방송 관련 문제를 다루기 때문이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위 배분 협상에서 과방위원장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최대 쟁점”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게 물러날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방송 장악 의도가 노골적인 상황에서 방송과 언론의 자유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과방위 만큼은 고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정권 5년 동안 언론이 굉장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조금 심하게 표현하면 엎어진 운동장이었다”며 “어차피 민주당이 다수당 아니냐. 위원장이라도 여당이 맡아야 균형이 맞다”고 반박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행안위를 야당이 양보할 경우 과방위를 넘겨줄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겨 눈길을 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과방위와 행안위를 하나씩 나눠가지자는 것은 저희도 동의하는 상황”이라며 “둘 중 어느 상임위를 고를지는 민주당에게 선택권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14일에도 상임위 배분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