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전년 대비 9.1% 폭등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나스닥이 0.15%를 떨어진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45%, 0.67% 내렸는데요. 충격적인 수치를 고려하면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았습니다.
시장에서는 어제 일부 선반영된 측면이 있고 앞으로 경기침체 우려에 기준금리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해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어제 6월 CPI가 10%가 넘을 것이라는 가짜 루머가 있었고 어제부터 일부 선반영됐던 것”이라며 “이제 사람들은 최소한 기준금리를 더 많이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쨌든 이번 6월 CPI로 이달 기준금리 인상 예상폭은 0.75%포인트냐 1%포인트냐만 남게 됐습니다. 경기침체 확률도 거의 100%라고 보면 될 듯한데요. 오늘은 6월 CPI와 이것이 갖는 의미,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예상 경로를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6월 CPI를 간단히 살펴보죠. 월가에서는 모든 수치가 생각보다 나빴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농산물과 에너지를 포함한 헤드라인 수치(9.1%)가 예상치(8.8%)를 웃돌았고 전월 대비로도 1.3% 올라 전망치(1.1%)를 뛰어넘었죠.
둔화세를 보일 것이라던 근원 CPI 역시 되레 악화했는데요. 농산물과 에너지를 뺀 근원 CPI 역시 전월 대비 0.7% 증가해 시장의 예상(0.5%)을 웃돌았습니다. 특히 헤드라인과 근원 CPI 모두 전달 대비 상승폭이 커졌는데요. 전월 대비 숫자는 최근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이 같은 결과는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가 크게 낮아질 일이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CPI 수치를 종합하면 인플레이션이 피크일 수도 있다는 주장에 반대된다”며 “물가상승이 다양한 분야에 퍼져있다”고 봤는데요.
부문별로 보면 에너지는 전월 대비 7.5%, 1년 전에 비해서는 41.6% 폭등했는데요. CPI의 약 3분의1을 차지하는 주거비 등도 상승폭이 큽니다. 렌트비만 따지면 6월 한달 간 0.8% 올라 1986년 4월 이후 최고라는데요. 해군 신용협동조합의 기업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프릭은 “CPI 급등은 에너지와 식품가격이 주도하고 있지만 상품과 서비스, 주거비부터 자동차, 의류까지 가격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결국 연준이 최소 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리즈 앤 손더스 찰스 슈왑의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나서서 수요를 줄여야만 한다”며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지금은 모두가 경기침체가 온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도 기술적 경기침체(2분기 연속 GDP 마이너스) 아니냐”고 전했는데요.
이날 경기침체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국채금리 역전현상도 더 심해졌습니다. 2년과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의 금리 역전 폭이 2000년 이후 약 22년 만의 최대치로 벌어졌는데요.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 물은 한때 연 3.13%까지 오른 반면 10년물은 2.91% 수준을 보였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 탓에 미국 경제가 올 후반에 완만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고물가에 소비자 지출이 둔화하고 있으며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주요 원인인데요. BofA의 미국 이코노미스트 마이클 가펜이 이끄는 팀은 “미국 경제의 4분기 GDP가 -1.4%를 기록하면서 완만한 침체에 들어갈 수 있다”며 “그 결과 실업률은 현재 3.6%에서 내년에 4.6%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는데요.
핵심은 6월 인플레이션이 정점일 수도 있지만 피크라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좋지 않은 수치가 나왔고, 이 때문에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며 이제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점이죠. 이 과정에서 금리인상과 침체의 관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이지요.
침체와 금리와의 관계를 알아보기 전에 6월 CPI를 통해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몇 가지를 살펴보면,
① 7월 FOMC서 0.5%p 인상 가능성 완전히 사라짐. 0.75%p 아니면 1%p
② 연준, 7월 금리인상폭은 앞으로 2주 내 결정. 결정 시간 아직 남음
③ 0.75%p 시나리오의 경우 9월에도 0.5%p 대신 0.75%p 전망
④ 6월이 인플레 피크라고 할지라도 언제든 다시 오를 수 있음(특히 유가 등 에너지)
6월 CPI로 0.5%포인트 카드는 버려졌다고 보면 됩니다. 9%대 물가를 두고 금리인상폭을 낮출 확률은 제로입니다. 그래서 최소 0.75%p가 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시장에서는 1%p를 전망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7월 말에 금리를 1%p 인상할 확률을 76.2%, 0.75%p 인상을 23.8%로 보고 있습니다. 하루 전만 해도 0.75%p가 92.4%에 달했죠. 급격한 상황 변화인데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1%p를 생각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9%대 인플레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연준이 장기 인플레 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층 더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논리인데요. 그레그 파라넬로 아메리베트 증권 미국 금리부문장은 “CPI는 연준의 긴축경로를 더 확고하게 만든다”며 “더 많은 단기금리 상승압력과 지속적인 금리역전은 이달에 연준이 1%p의 금리인상을 할 수 있다는 추정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웰스 파고의 마이클 슈마허 금리전략 디렉터도 “0.5%p는 있을 것 같지 않으며 0.75%p는 시장에 막 반영됐던 것인데 이제는 1%p도 가능하다”고 했죠.
파월 의장이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경기침체를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기 때문에 1%p를 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앤드류 홀렌호스트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제 7월 1%p 카드를 테이블 위해 올려놓아야만 한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습니다. 바로 침체 때문인데요. 앞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모두가 동의한다고 전해드렸습니다. 그럼 침체가 눈앞으로 다가왔는데 1%포인트를 올려야 하느냐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죠. 한동안 연준의 1%p 금리인상을 주장했던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앞으로 인플레 수치는 내려갈 것이다. 휘발유도 6월에 5달러 이상에서 내려오고 있고 아마도 이게(6월) 가장 큰 숫자일 수도 있다”며 “경제가 정말로 느려지고 있어 연준은 정책을 바꿔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0.75%p보다 더 올리면 안 된다”고 덧붙였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WSJ은 “6월 CPI 수치는 연준이 이달에도 0.75%p의 금리인상을 하게 만든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에 0.5%p나 0.75%p를 하겠다고 했었죠. 금리 선물시장의 인상 전망이 항상 정확한 것도 아닌데요.
다만, 7월에 0.75%p를 하게 된다면 이는 7월뿐만 아니라 9월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당초 7월 0.75%p, 9월 0.5%p 그 이후에 상황봐서 0.25%p 인상폭 축소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9월도 0.75%p로 높아지는 셈이죠.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임금이 문제고 렌트비는 내려가겠지만 시간이 걸린다. 인플레이션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0.75%p를 두 번 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케이시 보스찬치치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6월 CPI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을 7월 0.75%p, 9월 0.75%p로 조정한다”고 했습니다.
아직 연준은 금리인상폭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7월 FOMC(7.26~7.27)까지 아직 2주가 남았기 때문인데요. 6월 FOMC 때와는 달리 여유가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4일 외부 행사에서 발언할 예정이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15일 일정이 있습니다. 이때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통해 연준 내부의 분위기를 외부에 전할 수 있습니다. 만약 1%p로 방향을 튼다면 사전에 고지를 할 기회가 있다는 거죠. 브렛 라이언 도이치뱅크의 선임 US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명시적 의사소통 없이 더 큰 움직임을 할 것 같지 않다”며 “그들이 그 메시지를 세상이 알리고 샆다면 의사소통할 시간이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것이 아니더라도 6월처럼 언론(WSJ)을 통해 막판에 시장에 흘릴 수도 있습니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 슈왑 최고투자전략가는 “연준이 7월에 1%p를 할 거냐는 지금부터 FOMC 때까지 시장이 가격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렸다. 2주 동안 시장이 1%p 가능성을 더 반영하기 시작하면 연준을 편하게 해 줄 것”이라며 “(6월에) WSJ에 했던 것처럼 외부에 얘기할 수도 있다”고 전했는데요.
결론적으로 연준은 시장이 1%p를 받아들이면 못이기는 척 그에 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0.75%p 카드와 어떤 것이 나을지 저울질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게 있는데요. 강달러가 가져올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6월 CPI로 최소 0.75%p, 많게는 1%p의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강달러는 계속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엔화와 유로 약세가 환율과 무역전쟁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언제까지 미국이 엔화 약세를 용인할까요.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대 교수는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달러가 약세를 띄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전례 없는 속도로 강해지고 있다. 이는 연준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금리를 많이 올려서 인플레에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무역전쟁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했지요.
전반적으로 리스크는 계속 늘어나고 자칫 잘못하면 상황이 크게 꼬일 수 있을 듯한 느낌입니다. 이날 러시아의 국영기업 가스프롬이 노르트스르림-1 가스관의 가동재개를 보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죠. 러시아의 가스공급이 완전히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데요.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이 유럽을 경기침체로 이끌 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셰브론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워스는 “(원유) 공급부족에 따른 문제는 사라지지 않았다”며 유가 하락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했죠.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매달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거나 거의 정점이라고 해왔지만 이것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7월 인플레이션 수치는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만 이 추세가 지속될지 확신이 덜 든다. 휘발유 가격은 변동성이 크며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근본적인 인플레 압력도 여전히 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집중적으로 전해드렸던 내용인데요.
상황이 복잡합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월가에서는 그동안 유동성 감소로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어닝이 줄면서 W모양으로 두 번째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본다”며 “경기가 나빠지고 어닝 가이던스가 바뀌면 한번 더 바닥을 칠 것이고 그게 전저점보다 낮을 것이라는 말인데 그 뒤부터 오른다고 본다. 그것이 연말이나 내년이 된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이 예측을 따르더라도 당분간은 시장을 잘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오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어도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조차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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