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바이오 IPO 잔혹사'…루닛 청약 경쟁률 단자리

증거금 410억 그쳐…수요예측 이어 부진
공모가 3만원에 21일 코스닥 상장

서범석 루닛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사업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제공=루닛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일반 투자자 청약에서 10대 1에 미치지 못하는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에 실패했다. 바이오 공모주에 대한 투자 심리 ‘냉각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 12일부터 전날까지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8.99 대 1의 최종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총 409억 9620만 원이 모였으며, 9513건의 청약을 받았다. 이번 청약은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을 통해 이뤄졌다.


앞서 루닛은 지난 7~8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도 7.1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공모가를 희망 범위(4만 4000~4만 9000원)보다 32% 낮은 3만 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대 시가총액은 5699억~6346억 원에서 3156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몸값 눈높이를 대폭 낮췄음에도 일반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는 뜻이다.


루닛은 지난해 말 장외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바이오 공모주 중 중형급으로 꼽혔던 종목이다. 특히 국내 헬스케어 기업 중 최초로 기술 평가기관 두 곳에서 AA(더블A) 등급을 받을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루닛은 기술 특례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기술성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부문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루닛 역시 IPO에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첫 ‘유니콘 특례(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 및 기술평가기관 한 곳에서 A이상 등급 취득 기업)’ 상장 업체로 주목을 받은 바이오 벤처기업 보로노이(310210)가 지난달 일반 청약에서 5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이 저조했던 것이 것이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다만 보로노이는 상장 초기 공모가(4만원)를 밑돌기도 했으나 기술력 등에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공모가를 웃도는 4만 2000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바이오 기업들의 사업화 성공 여부에 대한 물음표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고 있어 국내 바이오·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의 IPO 냉각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루닛은 오는 15일 공모주 납입 및 증거금 환불을 거쳐 이달 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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