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逆환율 전쟁 번지는데…엔화 초약세, 달러당 139엔대

美 초긴축 행보에 24년來 최저
물가안정 위해 통화 약세 방어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액 소진

원·달러 환율이 약 13년 만에 1300원대를 돌파한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빠른 금리 인상 속도에 각국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면서 환율 안정에 나서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에 달러화 강세 현상이 더 심화되면 세계 각국이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역(逆)환율 전쟁(reverse currency war)’이 발발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엔화는 14일 장중 달러당 139엔대까지 올라(엔화 약세) 1998년 9월 이후 24년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외환시장 개입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올 들어 글로벌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도 6월 말 외환보유액은 4382억 8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94억 3000만 달러 줄었다. 국제금융센터는 유로화·엔화 등 다른 통화들이 약세를 보이면서 미 달러화 환산액이 줄어든 점을 감안해도 최근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비교적 큰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외환시장 개입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환율 변동성 급등을 완화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 나타나고 있고 현물환뿐 아니라 파생상품까지 활용한 국가도 등장하고 있다.


시장 개입 현황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신흥국은 아시아를 중심으로 다수 중앙은행들이 외환 순매도 개입을 단행하고 있다. 선진국은 일부를 제외하면 외환시장 개입 움직임이 미미하다. 선진국은 주로 물가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신흥국은 특정 환율 수준을 목표로 하기보다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아직까지는 과도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시장 개입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글로벌 고인플레이션 환경에서 강달러 현상이 심화되면 역환율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역환율전쟁은 고인플레이션 시기에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을 위해 자국 통화 약세를 제한하려는 정책 대응을 말한다. 이런 움직임과 별개로 일본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치인 달러당 139엔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으로 일본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미국의 초긴축 행보에 속절없이 엔화가 무너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제조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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