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트' 엄마여서 더 몰입되는 女 주체 범죄스릴러(종합) [SE★현장]

배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박명훈, 최덕문, 박경혜와 이승준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리미트(LIMIT)'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영화 ‘리미트’가 범죄 스릴러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제껏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서사 중심이다. 촘촘한 전개에 압도적인 연기력의 배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이 스크린을 꽉 채워 올여름 극장가를 공략한다.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리미트’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승준 감독과 배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박명훈, 최덕문, 박경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리미트’는 경찰 소은(이정현)이 아동 연쇄 유괴사건 수사를 위해 피해자 엄마 대역을 맡게 됐다가 누군가로부터 의문의 전화 한 통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익숙한 목소리의 범인은 소은이 대역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협상을 요구하고, 유괴사건의 골든타임 48시간 타깃이 된 소은은 범인을 추격한다.


작품은 타 범죄 스릴러와 결을 달리한다. 기존의 범죄 스릴러물이 사건의 타깃이 한 명인 것과 다르게, ‘리미트’는 범인이 대상을 변경하는 타깃 스위치라는 설정이다. 이 감독은 “더블 타깃은 원작도 갖고 있는 설정이라 극대화하고 한국적인 각색을 가미했다”며 “한신 한신을 정말 많이 고민하면서 군더더기 있는 부분을 빼다 보니까 한 신이 더 농축되더라. 혹시 관객들이 급하게 하면 훅 지나가버릴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최덕문은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간다고?’라고 생각할 것이다. 관객들이 무엇을 예상하든 다 빗나갈 것”이라고 반전을 강조했다. 문정희 역시 “각자의 명분이 모성애에 입혀지고 강력하게 발사된다. 반전의 반전이 거듭돼도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14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리미트’ 제작보고회에서 이승준 감독과 배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박명훈, 최덕문, 박경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사진= 김규빈 인턴기자

‘리미트’는 일본 추리 소설의 대가 고(故) 노자와 히사시의 소설이 원작이다. 여기에 한국인만의 감성을 더해, 촘촘한 서스펜스를 갖췄다. 배우들 역시 작품을 선택하며 가장 이끌린 부분이 시나리오다. 문정희는 “전개가 너무 빨라서 ‘지금 시작했는데 벌써 끝이라고?’라고 생각할 정도다. 나도 시나리오에 매료돼 정말 빨리 읽었다”며 “원작도 훌륭했지만 다른 스릴러와의 차별점은 각자의 명분과 이유가 있는 엄마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리미트’가 특별한 건 여성 배우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이 세 명이 이끌어가는 범죄 스릴러이기 때문이다. 진서연은 “범죄 스릴러물은 보통 남자 이야기가 많은데 여자 세 명이 메인이다. 밋밋하다고 걱정할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고 굉장히 강력하다”며 “남녀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연결고리라 더 몰입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설경구, 문소리 주연의 코미디 영화 ‘스파이’(2013)로 데뷔한 지 약 9년 만에 컴백했다. 이 감독은 “‘스파이’를 끝내고 장르를 새롭게 바꿔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열망이 있었다. ‘리미트’는 해외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거기에 홀렸고, 한국적인 소재가 군데군데 있어서 각색을 오랫동안 했다”며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한국 영화 시나리오 같다’고 해서 안심했다. 이 배우들이 없었다면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리미트’는 캐릭터 중심의 영화다. 사전 단계부터 캐스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 스케일보다도 배우들의 감정과 표정을 담아내기 위해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폭발적으로 나오는 순간들을 잘 포착하는 것이 이번 액션의 주안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이정현이 연기한 소은은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아들과 함께 악착같이 살아온 생활안전과 소속 경찰이다. 그는 사상 최악의 아동 연쇄 유괴 사건 피해자 엄마 대역을 맡았다가 더 큰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이정현은 “멋진 여성 경찰들이 많지만 소은은 우연히 경찰 공무원 시험에 턱걸이로 붙어서 경찰이 되는 허당이다. 싱글맘이 되면서 투잡도 한다”며 “생활력 있어 보이는 엉터리 경찰이 유괴사건에 휘말리면서 모성애가 폭발한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첫 촬영할 때가 기억난다. 그때는 이정현이 아이 엄마가 되기 전이었는데 처음부터 비주얼 자체가 엄마가 된 느낌이었다”고 극찬했다. 출산 3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선 정현은 “주부들이 피부과를 자주 못 가니까 일부러 기미나 주근깨를 그려 넣고 피부 톤도 어둡게 했다”며 현실감 있는 캐릭터 설정에 힘썼다고 했다. 이어 “촬영할 때는 상상하면서 연기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보니까 거의 똑같다”며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늦어졌는데 개봉을 앞두고 집에서 아이를 보다가 가끔 (작품 속 유괴 설정을) 상상했다. 정말 소은처럼 180도 변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정희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진서연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문정희는 유괴사건의 중심인 혜진 역을 맡았다. 혜진은 낮에는 다정한 보건 교사이지만 극악무도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인물이다. 경찰의 추격망 바깥에서 범죄 집단의 일원 준용(박명훈)과 명선(박경혜)을 컨트롤한다. 문정희는 “이전에 비슷한 배역을 한 적이 있지만 인간적이고 매력적이었다”며 “혜진도 다른 누군가를 지켜야 했다. 그래야만 하는 명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유괴사건의 피해자인 연주 역은 진서연이 연기했다. 모성애가 대단한 연주는 갑자기 딸아이가 사라진 후 세상을 전부 잃은 것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연주 역시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진서연 또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며 “연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모두 명분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나는 실제로 아이가 있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있다. 진짜 감정이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며 “촬영하면서 진짜라고 생각하니까 대본에 없는 리액션이 생겼다”고 열연을 예고했다.



배우 진서연, 이정현, 문정희(왼쪽부터 차례대로) / 사진=김규빈 인턴기자

이 감독과 배우들은 서로의 호흡에 만족해했다. 문정희는 “나는 이정현, 진서연과 만날 일이 많이 없었는데 만날 때마다 리허설을 하지 않아도 잘 맞았다”며 “신선함이 좋아서 이대로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각자 준비한 캐릭터들이 확실해서 만나면 불꽃이 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정현에게 고마운 건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큰 사고 없이 끝낸 것이 이정현의 배려 덕분”이라며 “이런 마음들이 모여 현장이 따뜻했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 감독은 “‘리미트’는 타이머의 리미트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계치라는 뜻도 있다”며 “나도 이 작품을 하면서 한계치를 느꼈고 넘어섰다. 장마와 코로나가 있었는데 모두 자신의 한계치를 조금씩 넘어선 촬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캐릭터를 세게 잡고 시작했는데 배우들이 조금씩 연기의 선들을 넘어가더라. 그런 것들을 보면서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자신했다. 오는 8월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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