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식료품 가격이 전년 대비 10.4% 올라 1981년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천정부지로 치솟던 밀·옥수수 가격이 최근 진정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반구 곡물 수확량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에 더해 ‘세계의 빵 공장’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협상이 타결 직전에 이르며 공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다. 다만 전쟁 지속과 기후 변수 등으로 전 세계 식량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이날 시카고선물거래소(CBT)에서 부셸(27kg)당 8.10달러로 올해 5월 최고가(12.78달러)보다 36.7% 하락했다. 이는 올 2월 18일의 8달러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저 가격이다. 9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 역시 5월 고점 대비 23%가량 낮은 6달러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은 북반구의 날씨가 좋아지면서 이 지역 곡물 수확량 증가가 예상되자 가격이 빠졌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위한 조정센터 설립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가격 하락의 요인이 됐다. 양국은 이날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조정센터 설립, 수출입 항구 공동 통제 원칙에 합의했다. 시장의 기대대로 다음 주 중 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세계 5위 밀 수출국이자 4위 옥수수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러시아의 위협으로 막혀 있던 흑해 항로로 수출을 재개하면서 전 세계 식량 공급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 현재 흑해 주변에 묶여 있는 우크라이나 밀은 2000만~2500만 톤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청신호에도 불구하고 식량 가격 고공행진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수개월간 우크라이나를 맹공 중인 러시아가 합의를 제대로 이행할지 미지수인 데다 자국 식량난을 이유로 각국의 식량 수출 제한 조치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세계 각국에서 식량 안보를 이유로 발동된 식량·비료 수출 제한 조치는 57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