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주가 상승 '치트키' 무상증자, 무조건적인 믿음 버려야

양지혜 증권부 기자


최근 국내 증시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슈는 ‘무상증자’다. 이는 기업의 이익이나 잉여금으로 신주를 발행해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잉여금이 자본으로 옮겨가는 셈으로, 회계상 항목 간의 조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사실상 회사 실질 가치에 변함이 없는데도 무상증자는 호재로 꼽힌다. 유통 주식 수가 늘어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고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가 21%가량 급락한 약세장에서도 무상증자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1 대 8’의 파격적인 무상증자로 무려 ‘6연상(6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한 노터스(278650)부터 900%가 넘는 등락률을 보인 공구우먼(366030)까지 투자자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 회사가 한둘이 아니다. 조광ILI(044060)·케이옥션(102370)·인카금융서비스(211050)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상증자 결정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다만 최근 무상증자 테마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이를 이용해 ‘먹튀’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들도 등장해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 일례로 무려 108만 5248주를 매수한 뒤 회사에 무상증자를 요구한 슈퍼 개미의 등장으로 신진에스엠(138070)은 이달 들어 주가가 약 55% 뛰었다. 하지만 13일 이 투자가가 무상증자 테마로 반짝 이익을 남긴 후 보유 지분 전부를 털었다는 공시가 나오자 하루 만에 주가가 15% 가까이 하락했다. 이외에도 지니너스(389030)는 무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며 미공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무상증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은 위험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무상증자는 기업에 실질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주식만 발행하는 것”이라며 “무상증자와 주가 간 관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락장에서 반짝 상승하는 무상증자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있다. 속수무책 하락장에서 스치기만 해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치트키’인 무상증자 테마주를 좇는 투자자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실제로 올해 무상증자를 실시한 기업 35곳 중 21곳은 무상증자 한 달 후 주가가 급락했다. 반면 에코프로비엠(247540)과 같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 기업은 한 달 후에도 주가가 유지됐다. 투자자에게 괴로운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투자 원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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