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동조합의 사업장 점거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업 중단을 촉구했다.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원칙도 재확인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내 하청 노조의 점거 행위는 일부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생산 시설을 점거한 것”이라며 “힘들게 일하고 있는 원청 근로자 8000여 명, 사내 하청 근로자 1만여 명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밝혔다.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에 대해 불법적 성격이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장관은 “비조합원들의 피해를 당연시 여기는 노동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수위 높은 비판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는 지난달 2일부터 임금 인상, 상여금 지급,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촉구하며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에서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달 22일부터 이들은 도크에서 진수를 기다리는 선박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한 노조원은 쇠창살로 자신을 가두고 몇몇 노조원은 고공 농성을 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우조선해양은 (파업으로 인해) 약 5700억 원의 누적 손실을 입었다”고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정부는 이번 파업이 개별 사업장의 손실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선박 점거 행위는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의 대내외 신인도 저하로 돌이킬 수 없는 국가 경제의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노조는) 불법행위를 멈추고 대화의 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이번 파업은 교섭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하청 노조는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이 나서 임금 인상 등 요구 조건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청 노조는 하청 업체와 교섭에 실패해 이번 파업을 결정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은 하청 노조를 교섭 상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원칙적으로 노사 문제”라며 하청 업체와 노조가 풀 문제로 판단했다.
정부는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당장 투입하거나 정부가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노조에 파업 중단을 요구하면서도 복귀 시한을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하청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한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3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파업 사태는 장기화하고 지역과 국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청 노조는 정부의 파업 중단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하청 노조 상급 단체인 금속노조는 파업 중단 담화 후 성명을 내고 “(정부는) 하청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외면하고 대우조선해양이 주장하는 내용만 옮겨왔다”며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이 교섭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역할”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