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빌라 약 400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체납으로 모든 주택을 압류당했다. 이들 빌라에 거주 중인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떼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4일 세무 당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등 총 398채(서울 395채, 의정부 3채)를 보유한 30대 남성 A 씨는 자신에게 부과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에 당국은 이들 주택을 모두 압류하기로 했다. A 씨는 이른바 '갭투자' 방식으로 빌라를 수백 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인 체납 액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당 주택의 세입자 B씨가 지난달 서울의 한 세무서로부터 받은 압류통지서에 따르면 A씨가 지난해 미납한 종합부동산세는 약 36억원이었다.
세무 당국 관계자는 “A 씨가 국세를 체납해 보유 주택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압류 조치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19년 부동산을 다루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중개보조인 자격으로 출연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 씨의 모든 재산이 압류되면서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수십억에 달하는 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주택이 모두 압류되면서 세입자들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현재 A 씨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세입자 70여 명은 SNS 단체 채팅방을 통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의 보증금 피해액은 각각 2억∼3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면 현재까지 피해액이 175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A 씨의 보유 주택이 400채에 가까운 것을 고려하면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A 씨는 현재 피해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주택 압류 사실을 통보받고도 A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피해자 모임을 주도하는 C 씨는 지난달 22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A씨와 건축주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다음 주 고소인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다른 피해자들도 단체로 형사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 씨 측은 고소장에서 "A씨는 채무초과 상태의 무자력자로서 별다른 수익도 없어 임대차 기한이 지나더라도 보증금을 반환해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며 "건축주는 이른바 '전세보증금 먹튀'를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A씨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