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화전쟁 격화, 자본 엑소더스 막을 가용수단 다 찾아야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각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통화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14일 나온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통화 전쟁의 불을 지폈다. 9.1%까지 치솟은 물가는 반신반의하던 ‘울트라스텝(1.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캐나다는 기준금리를 1.0%포인트 전격 인상해 2.5%로 끌어올렸다. 캐나다가 글로벌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울트라스텝을 밟은 것은 미국으로의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다. 전날 한국·뉴질랜드가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고 필리핀 등 다른 나라들이 인상에 나서는 것도 자본 이탈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다.


신흥국은 이미 비상이 걸렸다. 올 2분기 아시아 7개국의 외국인 이탈 자금은 400억 달러에 이른다. 우리 주식시장에서도 6월에 30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경상·재정수지 적자가 동반되면 이탈 흐름은 거세질 것이다.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 충격으로 통화 운용 여력이 작은 유럽과의 격차를 키워 유로화 약세와 시장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달러 창고가 넉넉하다는 자만심을 버려야 한다. 6월 말 외환보유액은 4382억 달러이지만 순식간에 증발할 수 있다. 3분기 성장률이 추락하고 가계·기업 부실이 확산되면 금융 시스템까지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한미 통화 스와프 등 자본 엑소더스를 막기 위한 다층적 시장 안전판을 구축해야 한다. 19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방한은 좋은 계기다. 물론 한미 간 별도 계약은 미국이 과거 여러 국가와 동시에 체결한 것과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북한의 도발 등을 막기 위한 경제·안보 동맹 차원에서 접근하면 충분히 통화 스와프 체결을 검토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리더십이다. 환란 당시 금 모으기까지 끌어낸 힘은 구조조정과 위기 돌파에 대한 대통령의 신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출 확대를 위해 전면에 나서고 낮은 자세로 구조 개혁을 설득한다면 국민들도 고통 분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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