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국은행 역사상 첫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이 이뤄진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예전과는 다른 직설적인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먼저 이 총재는 본격 질의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25bp(1bp=0.01%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모두가 관심을 두고 있던 연속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선제적으로 선을 그은 것이다. 기자들은 다음 달 금통위에서도 빅스텝을 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은 꺼내지도 못했다. 이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총재는 해당 발언 배경에 대해 “이런 질문이 계속 나올 것 같아서 어떤 방향으로 금리정책을 할 것인지 적어도 방향성을 명확하게 드리자, 어떤 불확실성이 있는지 명확히 드리는 것이 시장에도 좀 더 정확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금리 인상 폭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그동안 한은의 기자간담회에서 볼 수 없던 일이다. 이 총재는 모두발언에서 빅스텝 배경과 함께 취약 부문에 대한 지원 방안까지 말했다. 한은이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당일 총재의 간담회 모두발언을 따로 배포한 것 역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른 질문에도 총재 답변은 거침없었다. ‘연말 기준금리를 2.75%에서 3.0%까지 보는 시장 기대가 합리적이라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이미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2.75%나 3% 금리 수준을 시장에서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라고 돌려 말하지 않았다. 지난달 물가설명회 때 같은 질문에 새로운 정보가 없어 조심스럽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 총재의 이같은 발언에 시장에서는 금통위의 빅스텝에도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통위 당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경계감이 나타나기 전까지 장기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반응했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0.5%, 코스닥이 1.7%씩 오르는 등 주가도 반등했다. 환율은 유가 하락 등 외부 영향이 컸지만 5원 넘게 하락했다.
이 총재는 최근 금통위 내부에서 제기되는 중립금리 공개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듯 더욱 적극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 5월 금통위부터 일부 금통위원은 경제 주체들의 기대 관리를 위해 중립금리 수준을 공개할지를 논의해보자는 목소리를 내왔다. 시장에서도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방향 제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 정책마저 불확실하면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총재는 5월 금통위부터 간담회가 있을 때마다 중립금리 추정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공개를 반대해왔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이 총재는 “중립금리는 학술적인 개념이고 범위도 굉장히 넓다”라고 평가했다. 대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통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는 15~16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해 이와 같은 소통 방식에 대해 주요 인사들과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이 총재는 회의 첫날 열리는 세계 경제 세션에서 “인플레이션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책이 불확실성을 확대하거나 경제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이 명확하게 실시돼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