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집은 인간의 내면을 상징하는 장치로 사용되곤 한다. 영화 '뒤틀린 집'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뒤틀린 인간의 본성으로 인해 어떻게 가정이 파괴되는지 보여준다. 마냥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작품이다.

'뒤틀린 집'(감독 강동헌)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외딴 집에 이사 오게 된 가족의 이야기다. 엄마 명혜(서영희)는 이사 온 첫날부터 집이 뒤틀렸다고 전하는 이웃집 여자의 경고와 창고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리로 밤잠을 설친다. 아빠 현민(김민재)은 그런 명혜를 신경쇠약으로만 여기고, 둘째 딸 희우(김보민)는 가족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마주하지만 그 사실을 숨긴다. 창고에 들어갔다 나온 명혜는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그때부터 가족의 불행이 시작된다.

작품은 부모는 무조건 자식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명혜와 현민 가슴 한편에는 입양한 딸 희우에 대한 불편함이 존재한다. 육아 스트레스로 지친 명혜는 희우를 돌보는 게 버겁고, 빚 독촉에 시달리는 현민에게 희우는 또 다른 짐이다. 불편하지만, 부모라는 가면을 쓰고 희우를 대한 명혜와 현민. 그 가면이 벗겨졌을 때 희우에게 상해를 입히고 보험금을 타려는 추악한 마음이 드러난다.

뒤틀린 집은 결국 뒤틀린 부모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집 전체를 부모의 마음으로 놓고 보면 굳게 잠겨 있는 창고는 꽁꽁 숨겨 놓은 본심이다.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간 명혜가 희우에 대한 뒤틀린 마음을 깨닫게 되고, 악행을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명혜로부터 희우를 지키려고 했던 현민 역시 창고에 들어간 이후 명혜와 뜻을 같이 한 장면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모성애는 강력하다는 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다. 명혜의 마음 깊은 곳에는 희우가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하지만, 또 다른 한쪽에는 희우에 대한 애정이 있다. 희우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사랑으로 기른 과정, 그리고 희우가 준 행복 등이 파노라마처럼 스치면서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아이를 살리려는 명혜의 마음이 결말을 장식한다.

작품 전체에 짙게 깔린 스릴과 공포는 장르적 재미를 더한다. 초반에는 갑자기 소리가 들리거나 귀신이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갑작스럽게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테크닉) 연출이 주를 이루고,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 자체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변해버린 명혜가 어떤 일을 저지를지 따라가는 것만으로 공포스럽다. 또 명혜와 현민을 피해 도망치는 희우의 모습도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 충분하다.

긴장감의 중심에는 윤상 음악감독의 음악이 있다. 공포 영화의 반은 음악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처음으로 음악감독에 도전한 윤상은 스릴 있는 사운드로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또 피아노를 이용한 서정적인 곡을 삽입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감성적인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