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구독자님들이 꾸준히 요청해주신 내용이 ‘채권과 금리의 관계’입니다. 이번 레터에서 마.침.내 그들의 관계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기준금리, 은행금리는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데 채권으로 들어가면 이상하게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하지만 이번 레터로 기본기 싹 다지고 가실 수 있을 겁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기준금리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금리의 ‘기준점’이고, 이렇게 정해진 기준금리는 대출금리, 예금금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기준금리에 따라 대출·예금 금리가 바뀌면 물가상승률, 금융시장의 유동성도 조절할 수 있고요. 아시다시피 지금은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주요국이 모두 금리를 올리는 금리인상기입니다.
이제 금리가 채권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면 채권의 구성요소인 ‘액면가’와 ‘만기’, ‘표면금리(coupon rate, 쿠폰이자라고도 합니다)’부터 외웁니다. 액면가는 말 그대로 채권의 정해진 가격을 의미하고, 만기는 그 액면가를 돌려받을 수 있는 시점(6개월, 1년, 5년, 30년 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표면금리는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이자입니다. 채권 투자자는 채권 발행자인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에 돈을 빌려주고 만기 때 원금과 약속한 이자를 받게 되는 셈이죠.
그런데 채권은 중간에 사고 팔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액면가와 만기, 표면금리는 똑같지만, 시장에서의 ‘채권 가격’이 바뀝니다. 채권 가격은 얼마나 튼실한 채권 발행자인지(=해당 국가, 공공기관, 기업의 신용등급), 금리 수준이 어떤지에 따라 바뀝니다. 여기서 표면금리 이외의 자본 수익이 발생할 수도, 혹은 채권 가격이 떨어져서 자본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 100만원, 표면금리 5%의 3년 만기 채권이 있다고 칩시다. 이 채권을 사서 3년 만기까지 기다리면 5%의 이자(매년 5%니까 3년 동안 총 15만원)까지 약속된 115만원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중간에 채권 발행자의 신용등급이 더 오르거나 내릴 수도, 금리 수준이 바뀔 수도 있어서 채권 가격이 변동됩니다. 이 같은 가격 변동을 겨냥해서 채권을 사고 파는 겁니다.
그러면 이제 드디어 본론인 ‘금리가 채권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채권의 표면금리는 기본적으로 발행자의 신용등급(크레딧) 외에도 기준금리 수준에 따라 정해집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가 2%일 때 채권 표면금리는 몇 %다, 이런 식으로 정해진 건 아닙니다. 발행자마다 신용등급과 재무건전성이 다르니까요.)
그런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면 이후 새로 발행되는 채권들의 금리가 아무래도 낮아집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기존 발행된 채권들(=더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높아지게 되죠. 예를 들어 6개월 전 발행된 3%짜리 채권이 있는데 새로 발행된 2% 채권을 사고 싶진 않을 테니까요.
그러면 채권 투자자들은 액면가보다 더 비싼 돈을 주고라도 3%짜리 채권을 사려고 할 테고, 이에 따라 3% 채권의 몸값(가격)이 액면가보다 높아지게 됩니다. 이런 경우를 3% 채권이 ‘프리미엄에 거래된다’고 표현합니다. 채권 시장 관련해서 많이 듣던 그 프리미엄 말입니다.
반대로 금리가 인상됐다면, 새로 발행된 채권들은 기존 채권들보다 금리가 더 높아질 테고 이에 따라 기존 채권들의 가격이 떨어집니다. 채권 투자자(=만기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는) 입장에선 갖고 있는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니까 불리하죠. 채권 ETF나 채권 펀드들도 마찬가지고요. 대신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이 오르는 채권 인버스 ETF의 수익률은 좋아집니다. 요즘처럼요. 채권 가격 하락률의 2배 만큼 수익을 내는 채권 인버스2X ETF는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고요.
채권과 금리의 관계, 이제 이해가 되셨나요? 당장은 어렵게 느껴지시더라도 한두 번만 더 복습하면서 실제 채권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점점 쉽게 느껴질 겁니다. 그리고 더 공부할 여력이 있으시다면, 채권의 개념부터 정리한 코주부 베이직 15회 채권편과 안홍식 이대 경제학과 교수님의 심화학습용 글을 추천드립니다. 여기까지 마치신다면, 채권 투자의 기본은 갖추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