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식 시가총액이 1조 원 이상인 상장사가 50곳 넘게 줄어들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시총이 1조 원 이상인 상장사는 총 232곳으로, 지난해 말보다 56곳 줄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17곳에서 191곳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71곳에서 41곳으로 감소했다.
시총을 끌어 내린 건 글로벌 고물가 발 주요국 중앙 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위축됐고 코로나19 재확산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물가는 하늘 높은 모르고 치솟았다. 이를 잡기 위해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중앙 은행의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었다. 중앙 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거두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됐고 이는 곧 기업 실적 악화, 증시 부진을 불러왔다.
이달 15일 코스피는 2330.98로 마감해 올 들어 22.13%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762.39로 마치면서 같은 기간 25.84% 하락했다. 올해 시총 1조 원 클럽에서 제외된 곳은 HDC현대산업개발(294870), SK가스(018670), 롯데관광개발(032350), 하나투어(039130), 한화투자증권(003530) 등이다.
1조 원 클럽에 남은 상장사들도 몸집이 쪼그라들긴 마찬가지였다. 시총 상위 10개 기업(우선주 및 올해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 제외) 중 올해 시총이 늘어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달 15일 기준 대장주 삼성전자(005930) 시총은 467조 4340억 원으로 올해 들어 109조 2470억 원 줄었다.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도 각각 23조 5145억 원, 1조 5978억 원 감소했다. 현대차(005380)(5조 4485억 원), 네이버(24조 1972억 원), 삼성SDI(006400)(7조 3578억 원), LG화학(051910)(7조 2710억 원), 기아(000270)(1조 2566억 원), 카카오(035720)(18조 9599억 원) 등도 모두 큰 폭으로 시총이 줄었다.
시총 1조 원 클럽을 이탈하는 기업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한 차례 더 하락 구간을 맞이할 가능성을 고려해 주식 매수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재현·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주식은 분명 바겐세일 가격권에 있다”면서도 “물가를 잡으려면 실업률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는 중앙은행의 강한 동기와 그 결과를 감내할 의지가 끊임없이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모습의 침체가 오는지와 상관없이 확실한 것은 실업률은 상승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때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이 또 한 번 낮아질 수 있다”며 “장기투자 관점에서 매수에 접근할 수 있는 구간은 적어도 실업률이 높아지는 모습을 확인한 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