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캠퍼스 내에서 여대생이 성폭행 당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진 사건과 관련해 발표한 입장문이 논란에 휩싸였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같은 학교 학생인 가해자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16일 인하대 총학 비대위는 학교 홈페이지에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비대위는 "어제 15일, 가슴 아픈 참사가 있었다"며 "겨우 20살, 아직 꽃 피우지 못한 우리의 후배이자 동기였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그저 떨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고개만을 떨굴 뿐"이라며 "그렇게 어제 15일,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겨우 20살, 누군가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기가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이어 "비통하다. 정녕 이렇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며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과 끝없는 눈물을 삼키며 미어지는 가슴을 안고 하나뿐인 가족이자 친구 그리고 동기와 후배를 떠나보낸 이들을 위로한다"고 적었다. 비대위는 "우리 곁을 떠난 그를 엄숙히 추모한다. 할 수 있는 말이 이뿐이라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입장문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하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입장문에 추상적인 문장만 가득하고, 정확한 상황 설명이나 대응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또 입장문에 같은 학교 학생인 가해자에 대한 언급이나 비판이 전혀 없었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혔다.
총학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은 "동급생인 가해자 처벌에 대한 입장,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내용은 어떻게 한 문장도 없는 거냐", "무슨 시를 쓰는 것도 아니고 20살 대학생의 억울한 죽음으로 감성팔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날 경찰은 인하대 1학년 학생인 20대 남성 A씨에 준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인하대 캠퍼스 내에서 같은 학교 학생 B씨를 성폭행한 뒤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B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의류가 사건 현장 10여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점 등을 미루어 A씨가 증거인멸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