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한 장에 200원꼴"…고물가에 고깃집·쌈밥집 울상

1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채소 판매대. /연합뉴스

고물가에 상추, 대파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채소 없이는 요리를 내놓기 어려운 쌈밥집, 고깃집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거나 제공하는 양을 줄이는 등 고육책을 쓰는 모습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우렁이 강된장 쌈밥을 당분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상추, 깻잎 등 쌈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 메뉴를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대략 상추 한 장에 200원 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며 "기본적으로 상추를 7∼8장 제공하고, 더 달라는 손님에게 몇 장을 더 주다 보면 채솟값만 2천원을 훌쩍 넘긴다"고 하소연했다.


서대문역 인근에서 28년간 고깃집을 운영한 송경숙(68)씨는 얼마 전 고민 끝에 고기 1인분 가격을 1000원 올렸다. 송씨는 "4㎏에 2만원씩 하던 상추가 지금은 10만원까지도 한다"며 "손님들께 드리는 야채 양을 줄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서구 고깃집 사장 정모(50)씨는 '금추'가 된 상추를 대체할 만한 채소를 찾아봤지만, 이내 포기했다고 한다. 배추, 깻잎 등 다른 쌈 채소 가격 역시 만만치 않게 올랐기 때문이다. 정씨는 "가격에 민감한 업종이라 쉽게 값을 올리지도 못한다"며 "최근에 코로나19까지 재확산하며 손님이 줄었지만, 버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균형 잡힌 식단을 짜야 하는 영양사들도 채솟값 폭등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채소를 조금만 넣거나 아예 빼자니 음식 질이 낮다는 불평을 듣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꾸리자니 예산을 훌쩍 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식용유, 밀가루 등 각종 식자재 가격까지 올라 예산을 맞추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영양사들은 입을 모았다. 영양사 박모(26)씨는 "식자재 시세를 살펴보고 가격이 내려간 품목이나 세일 품목 위주로 메뉴를 짠다"며 "비슷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계속 나가고 있는데, 이마저도 예산을 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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