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3배 늘고 흉폭해지는 '데이트 폭력'

처벌 강화·예방 프로 확대에도
상습 흉기 위협·폭행·살인 증가
올 신변보호 요청도 최다 전망
"지속 모니터링 특단대책 필요"

서울동부지방법원 전경. 김남명 기자

정부가 데이트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예방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도 3개월 동안 연인을 상습 폭행하고 협박한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될 정도로 갈수록 범죄 수법이 흉악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동부지방법원은 상습 특수폭행과 특수협박,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염 모(20) 씨에게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염 씨는 지난해 12월 초순부터 올해 2월 13일까지 여자친구인 강 모(17) 씨를 최소 8차례 이상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염 씨는 강 씨를 가위 등으로 찌르는가 하면 막대 등 위험한 물건으로 상습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분이나 페트병을 던져 위협하고 목을 졸라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또 “가위로 눈알을 찌르겠다” “날 배신하면 끝까지 찾아가 죽이겠다” “집을 차로 밀고 들어가겠다” 등의 발언으로 피해자를 협박한 혐의도 있다. 염 씨는 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고 출소한 지 3개월 만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데이트 폭력은 연일 증가세다. 범죄 수법도 상습 폭행과 성폭력·살인 등 갈수록 흉폭해지고 있다.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같은 학교 여대생을 성폭행한 뒤 숨지게 한 혐의로 15일 인하대에 다니는 20대 남성을 긴급체포했다. 교내에서 중범죄가 발생하자 인하대 측은 물론 대학가 전체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데이트 폭력 가해자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이어가는 한편 피해자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도 강화하고 있다. 범죄 피해자가 경찰에 안전 조치를 요청하는 신변 보호 제도가 대표적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가 신변 보호를 요청한 건수는 2020년 1만 4825건에서 지난해 2만 4901건으로 1년 만에 약 68% 뛰었다. 올 1월부터 5월까지 집계된 건수도 1만 1665건에 달해 이대로라면 올해 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죄 피해자의 안전을 위한 스마트 워치 기기도 현재 3700대에서 올해 말까지 1만 대로 늘릴 방침이다. 이밖에 지속적인 데이트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가해자의 재범 우려 가능성을 심사하는 ‘사후 콜백’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범죄가 갈수록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데이트 폭력 범죄의 핵심은 연인 간에 발생하는 사건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범죄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계속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가 유지되고 범죄 정도가 심화할 수 있으므로 경찰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사례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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