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중에도 '불티'…6억 이하 아파트 거래만 늘어난 까닭

비중 7.6%인 시세 6억 원 이하 아파트
상반기 거래 비중은 37.4%, 3채 중 1채
매입가 70%까지 나오는 정책대출 영향
"위축된 매수세 그나마 저가로 쏠릴 것"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성형주 기자

서울 아파트 10채 가운데 1채도 안 되는 시세 6억 원 이하 저가 아파트로 거래가 몰리고 있다.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나마 ‘보금자리론’ 등 정책 대출을 받을 수 있는 6억 원 이하 주택으로만 매수세가 쏠리는 모습이다.




18일 서울경제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총 7793건 가운데 계약 금액이 6억 원 이하인 거래는 2912건(37.4%)에 달했다. 매매가의 4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는 6억~9억 원 아파트 거래는 1670건(21.4%)이었으며 대출 가능 비중이 줄어드는 9억~12억 원 아파트 거래는 707건(14.7%)이었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인 12억 원을 넘는 12억~15억 원 구간은 707건(9.1%)에 불과했고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아 정책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15억 원 초과 아파트는 1356건(17.4%)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 7992만 원(KB부동산 기준)까지 뛰면서 찾기 어려워진 시세 6억 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가 많았다는 점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시세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7.6%에 불과하다. 이외 시세 구간별 비중은 △6억~9억 원 24.7% △9억~12억 원 21.5% △12억~15억 원 15.8% △15억 원 초과 30.4%다.


시세 6억 원 이하의 저가 아파트로 거래가 몰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정책 대출이 꼽힌다. 현 제도상 매입 주택 가격이 KB국민은행 시세 기준으로 6억 원 이하이고 매수자가 일정 소득 기준 등을 충족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를 통해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대출인 만큼 저신용자도 대출이 가능하고 연이율도 고정금리 및 30년 만기 기준 4.7~4.8%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다. 무엇보다도 주택 매입 가격의 70%(3억 6000만 원 한도)까지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이 40%에 불과한 서울에서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보다 훨씬 유리하다.


실제로 일선 현장에서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6억 원을 기준으로 거래량이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 ‘한보에센시티’는 △전용 59㎡ 232가구 △84㎡ 257가구 △114㎡ 72가구로 구성돼 있는데 올 들어 59㎡가 4건 거래된 반면 84㎡와 114㎡는 각각 1건 거래되는 데 그쳤다. 이 단지 59㎡는 KB시세가 5억 8500만 원으로 6억 원을 넘지 않는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올 들어 대출이 70%까지 나오는 보금자리론을 통한 거래는 소형 평형에서 몇 건 있었지만 시세 6억 원을 넘는 중형 평형은 매수 문의조차 없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매수 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그나마 저리로 여신이 제공되는 정책 대출이 가능한 가격 구간대로 거래가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올해 하반기 금리 불확실성 속 거래절벽이 이어지겠지만 저가 아파트 비중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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