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개월 딸을 폭행하는 남편을 말리지 않고 학대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은 30대 아내가 법정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상습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기소된 베트남 국적 A(34·여)씨는 "아이를 보호하지 않았다는 게 공소사실이지만 저는 아이를 보호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해 자신의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말하자 이같이 밝혔다. A씨와 그의 변호인이 공소사실과 관련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법원은 다음 재판에서 다시 정리된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에 A씨는 "재판을 빨리 받고 끝냈으면 좋겠다"며 "아이를 떠난 지 오래됐고 아이를 보고 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피해 아동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생후 1개월 남짓한 피해 아동을 상대로 (남편이) 상상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며 "피고인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보면 (남편의) 살인미수 범행의 공범으로 기소해도 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인은 놀라는 소리조차 지르지 않고 계속 영상을 찍었고 수사 과정에서도 사실을 밝히기보다는 남편 편을 들었다"며 "구속 이후에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엄벌을 촉구했다.
A씨는 올해 2~3월 인천시 연수구 자택에서 생후 1개월 된 딸을 때리는 등 학대한 40대 남편 B씨를 제지하지 않고 10차례에 걸쳐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남편이 딸을 학대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수사 과정에서 "남편이 얼마나 잘못했는지 나중에 (남편에게) 보여주기 위해 촬영했다"고 조사에서 진술했다.
앞서 검찰은 살인미수와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혐의로 B씨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그는 지난 3월 집에서 딸을 때려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씨는 딸이 울자 코에 분유를 들이붓거나 폭행하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했다. 그의 딸은 두개골 골절과 함께 뇌출혈 증상을 보였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