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재활용 전문 업체인 성일하이텍이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20조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며 오랜만에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오는 28일 성일하이텍의 상장 첫 날 주가 흐름에도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상장을 추진 중인 더블유씨피(WCP) 등의 IPO(기업공개) 흥행에도 청신호가 울렸다.
성일하이텍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서 최종 경쟁률이 1207.07 대 1을 나타냈다고 19일 밝혔다. 청약 증거금으로는 총 20조 1431억 원이 모여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373220) 이후 올해 가장 많은 공모 자금을 유치했다.
상장 주관사를 공동으로 맡은 KB증권과 대신증권(003540)에서 경쟁률은 각각 1213.7대 1, 1255.9 대 1로 집계됐다. 두 회사에 모인 청약 증거금은 9조 3166억 원, 9조 6407억 원이다. 인수회사인 삼성증권의 경쟁률은 888.2 대 1, 증거금은 1조 1857원이었다. 성일하이텍은 이달 21일 공모주 납입 및 증거금 환불을 거쳐 28일 코스닥에 입성한다.
성일하이텍은 앞서 지난 11~12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도 2269.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국내 IPO 사상 최고 경쟁률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기관들의 입찰 경쟁에 공모가도 희망범위(4만 700~4만 7500원) 상단보다 5.3% 높은 5만 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성일하이텍이 IPO로 모집하는 금액은 1335억 원에 달하며, 상장 직후 시가총액도 6135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만큼 공모주 청약에 응했던 투자자 입장에선 상장 직후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성일하이텍이 수요예측·일반청약에서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것은 2차전지 재활용 산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각국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차전지 재활용의 제도화도 서두르고 있다. 에너지 시장 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40년까지 연 평균 33%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성일하이텍은 배터리를 방전·해체·파쇄하는 전처리 공정은 물론 코발트·니켈·망간·리튬·구리 등 주요 소재 생산까지 2차전지 재활용 관련 일괄 공정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
2009년 삼성물산(지분율 6.33%)이 일찌감치 성일하이텍의 기술력을 보고 투자 집행을 결정했을 정도다. 삼성벤처투자가 운용하는 SVIC 24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도 11.50%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폐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일 습식 제련 전문 기업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최근 IPO 시장이 부진한 편이지만 성일하이텍을 비롯한 유망 소부장주에는 공모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 업체 에이치피에스피가 이달 초 일반 청약에서 1159.05 대 1의 경쟁률로 10조 8661억 원의 증거금을 동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넥스트칩(396270)(1727.66 대 1), 가온칩스(399720)(2183.3 대 1), 레이저쎌(412350)(1845.1 대 1) 등 다른 소재·부품·장비 공모주들도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성일하이텍의 공모 흥행은 2차전지 관련주의 IPO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0~21일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인 새빗켐이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다음 달 1~2일에는 국내 2차전지 분리막 2위 업체인 더블유씨피(WCP)가 수요예측에 나선다. WCP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2조 7208억~3조 3636억 원에 달해 올 여름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