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중소 제조업체 3곳 중 1곳은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중소 제조업체들이 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납품단가 연동제 의무 시행을 가장 많이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공정경제과와 특화기업지원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7일까지 도내 중소 제조업체 23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모두 반영된 곳은 7.9%에 불과했으며 34%는 납품단가를 전혀 올리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자동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업체가 직접 혹은 조합을 통해 조정을 요청하는 납품대금 조정협의 제도와 차이가 있다.
조사 결과 2020년 대비 2021년 원자재 가격 평균 상승률은 42.4%였는데, 조사 대상 기업이 원청으로부터 받는 납품단가 상승률은 10.1%에 그쳤다.
이 과정에서 업체들의 41.2%가 납품단가 인상 요구 등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나머지 58.8%는 원청에 직접 요청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답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포함되지 않음에 따라 업체들은 인력(고용) 감축 32.3%, 신규 투자 축소 30.8%, 유휴자산 매각 8.3%, 휴·폐업 6.8% 등을 시행하거나 고려할 정도로 경영 부담을 호소했다.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2020년 10.4%에서 2021년 9.2%로 1.2%포인트 감소했는데, 매출에서 직접 판매보다 납품 위주인 기업만 보면 8.8%에서 7.2%로 1.6%포인트 떨어졌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묻는 말에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61.6%로 가장 많이 지지했다. 이어 기업 간 자율협의 24.1%, 납품대금 조정협의 제도 13.4%,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0.9% 순으로 나타났다.
납품단가 연동제 방식으로는 법제화를 통한 의무 시행(52.4%)과 기업 간 자율적 시행(36.8%)이 주로 지목됐다. 연동제 대상으로는 제품을 만들 때 납품단가의 일정 비율을 차지하는 원자재(43.3%)와 모든 원자재(41.6%)를 대부분 언급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통한 납품단가가 상승할 경우 대기업 등 원청의 분담 비율로는 절반(나머지는 중소업체 자부담)이 35.3%로 가장 많았다. 인상분의 전액은 30.6%, 기업 간 자율 결정은 34.1%였다. 이처럼 납품단가 연동제에 참여하는 원청(위탁기업)에는 세제(금융)혜택 58.6%, 정부 지원 28.1%, 우수 참여기업 인증, 포상 등 사회홍보 8.3%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미이행 기업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30.6%, 과태료(과징금) 30.6% 등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밖에 도는 도내 중소 제조업체 중 21개 사를 선정해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다.
비철금속 원자재를 사용하는 A 금속제품 업체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강제성이 미흡할 경우 위탁기업은 우회적으로 미시행 방법을 찾거나 납품처 변경과 수량 축소 등 불이익을 줄 것이다”고 지적했다. 비철금속 원자재를 사용하는 B 전기·전자 업체는 “원자재 가격상승 수준을 명확히 반영하는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기준 미비로 인한 분쟁으로 납품업체가 곤란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전달해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촉구할 계획이며, 지속적으로 다양한 업종의 현장 의견을 청취해 실효적인 납품단가 연동제 운영에 대한 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